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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춘천 여행

by 유자와 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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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대한민국 숙박대전을 이용해 여행을 다녀왔다.

정부가 숙박 할인 쿠폰을 나눠주기 시작한 건 코로나 때부터였다.

내수 경기 활성을 위해 5만원, 3만원 숙박 할인 행사를 주기적으로 열었다.

우리는 쿠폰을 나눠줄 때마다 부지런히 다녔다.

몇 년 동안 쿠폰으로 예약한 숙소만 10군데가 넘는다.


코로나 시기가 끝나 더 이상 숙박대전도 없겠거니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

강진 반값 여행을 찾다가 숙박대전 행사를 발견했다.

사용 가능 기한은 일주일이 남았다.

예약부터 하고 보자.

춘천 비즈니스 호텔을 검색해 3만원 쿠폰을 쓰니 4만 5천원을 결제하라고 뜬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휴가 낼 수 있다고 한다.


느닷없이 떠난 1박 2일 춘천 여행.

대학 때부터 자주 가던 도시다.

친한 오빠 한 명이 강원대에 다녔다.

ROTC였는데 여자친구가 없어 행사 때 두 번 파트너로 동행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춘천은 익숙한 도시였다.

작년 여름에도 다녀온 곳.

새로울 것 없는 도시에서 새로움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언제나 그렇듯 숙소에서 맞이하는 아침 시간.

전날 대원당 빵집에서 사온 부드러운 맘모스 빵과 뜨거운 커피 한잔을 먹으며 느긋한 시간을 보낸다.

책을 읽고 수노 ai로 노래를 만들어본다.

재즈를 듣고 지도를 펼쳐 갈 곳을 표시한다.

여행할 때마다 아침 시간이 가장 설레고 기분 좋다.

그날 하루 펼쳐질 낯선 풍경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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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고 싶은 장소는 청평사까지 걷는 산길.

청평사는 처음이다.

눈으로 뒤덮인 오봉산 길. 고드름이 잔뜩 달린 바위들. 눈이 녹아 콸콸 물이 흐르던 계곡. 멀리 펼쳐진 소양강. 단아한 회전문과 강선루.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풍경.


모처럼 마음에 쏙 드는 카페도 발견했다.

소양강 옆에 있던 어스 17.

2층은 LP로 음악 감상을 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음악이 공간 전체에 울려 퍼진다. 내 마음도 쿵쿵.

테이블에 대화는 자제하라고 적혀 있어 책을 읽거나 딴 생각하기 딱 좋은 곳이다.

야외 공간에도 거대한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


하중도 생태공원과 공지천 조각 공원 산책도 좋았다.

밀봄숲에서 맛본 통밀 빵과 산속 아래 식당에서 먹은 막국수도 맛있었다.

단지 그보다 마음에 더 끌리는 공간과 풍경이 있을 뿐.

예전엔 좋았던 장소가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해지기도 한다.

전혀 관심 없던 장소에 푹 빠지기도 한다.

늘 처음처럼 설레는 공간도 있다.

잘 아는 도시라 하더라도 새롭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춘천. 곧 다시 보겠지. 그때까지 안녕.


* 3~4월 숙박대전이 또 열렸다. 야호. 5만원 이상 숙박시설 예약할 시 3만원 할인 쿠폰을 준다.

확실히 여행하는 중에 자기 안에 있던 모든 것을 발견한다. 원하지 않았어도 눈에 흘러넘치는 수많은 인상들 중에서 마음속의 욕구와 호기심에 더 잘 부응하는 것들을 선택한다.

<일본 중국 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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