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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Apr 30. 2024

2024년 4월 소비단식


4월도 만남의 달이었다. 

따뜻한 기온이 사람 마음에 그토록 큰 영향을 미치는 걸까? 

꽃 피고 새싹 돋으니 서로서로 잊고 있던 지인들이 생각나는 걸까? 

오랜만에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관계들. 

만남은 좋지만 만남에는 소비가 따른다.      


친구와 롯데 타워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고등어 한 토막, 기본 반찬 다섯 개, 공기 밥과 된장국으로 구성된 백반이 일인분에 18,000원이었다. 

유기그릇에 담겨 있었고 음식이 정갈하긴 했지만 꽤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조용하고 쾌적한 장소에서 식사를 하려면 2만원은 지불해야 한다. 

코로나 전에는 만원이면 가능했다. 

음식 값은 두 배가 되는데 월급은 두 배로 오르지 못하니 인플레이션이 무서운 거다.     


나이도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30대 중반까지는 만남 장소를 정할 때 메뉴판 가격을 살폈는데 이제는 맛과 분위기를 따지게 된다. 

지인들도 세월이 흘러 회사에서 맡은 직책이 높아지니 그만큼 여유롭게 돈을 쓴다(난 여전히 백수라고요). 

예전에는 허름하고 시끄러운 포차에서 맥주 한 잔으로 만족했다면 이제는 비싸더라도 조용한 바에서 와인을 고르게 된다. 

결국 만남은 돈이고, 반가운 만남일수록 서로간의 씀씀이는 더 커진다.     


외식비 뿐 아니라 의류비도 많이 올랐다.

스타필드에서 남편 반팔 니트를 샀다. 

남편은 칼라가 있는 옷을 좋아한다.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어야 하는데 티셔츠를 입으면 목 부분에 줄이 닿아서 싫단다. 

면이나 울 100%에 단색이고 몸에 잘 맞는 칼라 티셔츠나 니트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남편이 사는 브랜드는 정해져 있다. 미국 브랜드 두 개, 한국 브랜드 한 개. 


다른 물건은 거의 온라인으로 주문하지만 옷과 신발은 직접 매장에서 착용해 본 후 구매한다.

코로나 이후 옷값이 1.5배로 오르니 매장에서 기본 할인을 해줘도 사는 게 부담스럽다. 

예전에는 두 벌을 샀다면 이제는 한 벌 밖에 사지 못한다. 

귀한 옷이니 손빨래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4월은 3월보다 소비를 줄이긴 했다. 60만원까지는 아니고 30만원 정도를 줄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꼼수가 있다. 

생필품 구입을 회사에서 나오는 복지 포인트로 결제했기 때문이다. 

결국 3월에 비해 나아진 것이 전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봄 때문이다. 


봄이 자꾸 속삭인다. 이렇게 좋은 날 집에만 있을 거냐고. 

밖에 나가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고 커피를 마시라고. 

꽃 피고 지는 모습을 보며 와인을 음미하라고. 

예쁜 옷을 입고 골목길을 걸어보라고. 산과 바다를 보러 여행을 떠나라고. 

봄의 유혹에 지고 또 진다. 


한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절약하는 게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다.      

일년 중 최고의 계절인 5월이 온다. 

빨간 날도 3일이나 된다. 

망했다(괜찮아. 다시 일어서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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