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첫날 아침, 방안으로 쏟아지는 폭포수같은 햇살. 멋진 한달이 될거라고 햇님이 축복해주네.
* 모과가 만든 베이글에 크림치즈 잔뜩 올려 커피와 함께 먹는 주말 아침. 뉴욕 놀러온 거 같잖아.
*카네이션 세 송이 사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 일주일간 내 시선을 온전히 받을 화사한 꽃들.
*교회 교사 세미나에서 근속패 받음. 5년 단위로 수여했는데 20년 이상 섬긴 선생님도 계심.
상장 같은 건 다 버리지만 이건 그럴 수 없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급하게 사야했던 가느다란 벨트, 포기해야 되나 싶었는데 딱 맞는 걸 발견. 이런 행운이.
* 토요일에 사촌 결혼식 참석하느라 왕복 10시간 운전.
올라오는 길에 공주에서 잠시 만난 친구, 그가 사준 밤빵이 그날의 유일한 기쁨이었다.
*예배 끝나자마자 내 팔과 다리에 와락 안기는 반 아이들. 포도송이처럼 데롱데롱 매달려 꼼짝할 수 없다.
*햇생강 1kg으로 생강청 담금. 조금씩 사서 3번에 걸쳐 만듬.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건 이럴때 쓰는 말. 월동 준비 완료.
*밴드 제2회 공연. 리허설 때까지도 서로 안 맞는 부분이 있었는데 무대에서 합이 잘 맞아 신나게 연주.
작년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고모부 장로 임직식 참석. 평생 교회를 섬기며 헌신하신 걸 알았기에 기쁘고 감격스러운 시간.
*추수감사절마다 교회에서 나눠주는 따끈따끈한 떡 한 덩이.
손바닥만한 호박떡을 먹기 위해 일 년을 기다렸다.
*매년 지인들에게 구입하는 샤인머스켓과 감귤.
올해는 또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되고, 기대한만큼 맛있어서 흡족하고.
*사쿠란보의 매혹적인 향기. 뜨거운 홍차가 끌리는 계절인데다 향기가 너무 좋아 사쿠란보만 순식간에 줄어든다. 다른 홍차들은 찬밥 신세. 기다려. 곧 너희 차례다.
*2주 만에 오른 안산. 그새 잎사귀를 모두 떨구고 가볍게 서 있는 나무들.
산바람이 내 머릿속도 탈탈 비워주었다.
*안방에는 밤새 작업하고 돌아온 남편이 자고 있고, 베란다에는 막 빨래한 옷들이 걸려있고, 식탁 앞에는 얼른 읽고 싶은 책이 놓여 있고, 그 옆에는 커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완벽한 아침.
*아빠네 집 근처 뒷산 함께 오르기. 처음 수원 이사 오셨을 땐 호수 한 바퀴도 몇 번이나 쉬어가며 간신히 돌던 아빠, 이젠 나보다 빨리 걷는 아빠를 보니 감사 또 감사.
*빗소리 들으며 대봉감 스무디 만드는 아침, 집은 따뜻하고 믹서기는 씩씩하고 어둠은 힘을 잃고.
가을비 안녕. 그리고 잘가.
*모과와 한 달 만에 야외 데이트, 북카페도 가고, 서점도 들리고, 쇼핑몰도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결혼 연차가 쌓일수록 함께하는 시간이 더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