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시아마와 크리스티안 페촐트
셀린 시아마 감독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도 느꼈지만 엔딩이 가지는 힘은 생각 이상으로 무시무시하다. 크레딧까지 다 올라간 상황에서 스크린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옷깃을 꼬옥 붙잡는 무언가는 엔딩의 여운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돌아온 현실에서 소감 마이크를 들이미는 최근이란 시간대와 가장 가까운 건 끝맛이며, 형식적으로 마지막 단추를 똑딱 채우는 그 과정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관람 완료 딱지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꼭 엔딩을 보지 않았더라도 만점을 새겼겠지만, 서서히 진하게 쌓아 올린 서사와 감정의 구(球)를 선율에 담아 단번에 폭발시키듯 고스란히 분출하는 그 자태가, 아예 쐐기를 박아버리는 그 엔딩이, 정말 치사하다 생각할 만큼 황홀하기 짝이 없었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피닉스> 역시 그 궤를 같이 한다. <운디네>와 <트랜짓>보다 상대적으로 엉덩이에 힘이 더 들어간 모양새다. 왜 그러한 행보를 보이는지 설득하는, 착실하게 명분을 담아낸 서사가 일단 저만치 앞에 앉는 걸 목격한다.
시대 그리고 개인을 향한 응어리진 목소리가 틀과 상관없이 뻗어나가 마침내 마음 가득 울려 퍼지는 그 순간, 형용하기 힘든 극한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오프닝의 빛을 상기시키는 엔딩의 빛 역시 그 짜릿함을 더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잊지 못할 특별한 순간이 그렇게 하나가 더 쌓인다.
<바바라>도 이에 못지않다. 정말 단순하기 그지없는 시선들이, 그간 쌓아온 서사를 상기시키며 굵게 휘몰아친다. 시대가 가하는 폭력의 저변에도 불구하고, 그저 누군가를 감싸줄 수 있는 행동에 진심을 다했던 순간들은 결코 얕지 않았다.
갈라진 땅덩어리가 자아내는 물결에 대항하는 개체이자, 그 물결의 실존 여부와 상관없이 밀고 나가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의 정수인 그 진심이, 모든 걸 열고 마침내 선택을 ‘하는’ 온전한 변화를 이룩하고 마지막의 시선에 이어 붙여진다. 어떠한 말 한마디조차 필요치 않은 그 시선의 교차는 그래서 더 따숩고도 따숩다.
올라가는 크레딧을 마주하며 과연 무엇을 마음에 쥐게 되었는가를 생각한다. 그 순간을 깊숙이 아로새길 수 있다면, 잔뜩 머금고 상영관을 빠져나올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있을 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