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암환자의 일상

나는 누구인가?

by HEE

암은 나의 세포가 견디다 못해 이상 스위치가 켜지며 각자 고유 영역을 지키기로 한 암묵적인 룰을 어기기 시작하며 괴물로 변화한 것이다. 외부에서 유입되어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 때문에 나의 세포는 저렇게 괴물이 된 것일까? 그걸 알기 위해서는 나에 대해서 살펴보는 시간이 무조건 필요하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 살기 바빴다. 그냥 평범한 맞벌이 가정에서 태어나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남존여비 사상이 몸에 가득한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자연스레 나보다는 한 살 터울 오빠가 더 귀하게 대접을 받았으나 그에 굴하지 않고 매번 아득 바득 우겨 내 몫을 얻어내는 나는 그렇게 "사나운" 여자애였다. 싸워서 절대 지는 법이 없었다.


누가 봐도 질 싸움에도 어떻게든 이겨내고야 마는 악바리 같은 성격을 지니며 그렇다고 공부를 대단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게 그냥 서울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해 나는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S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나는 엄마 아빠 우리 할머니의 자랑이었다.


스스로도 그럭저럭 나는 잘 살고 있다 우쭐했던 것 같다.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대단히 뛰어나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수학 기본 학습지의 정답지 같은 삶이었다. 대학교 때도 신입사원 시절도 별다르게 특별하지 않게 그냥 잘 지냈다.


그러면서도 부당한 것에 대해서는 절대 못 참았다. 아주 무섭게 화를 내고 그게 위로 아래로 누구든지 참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폭격기 같았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와 이야기지만 지나고 보면 저런 행동이 나를 병들게 했던 것 같다. 후회한다. 우리는 모두 유한한 삶을 살고 있다. 누가 옳고 그리고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아, 너는 그렇구나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근데 나의 생각은 이래. 서로 합의점을 찾지 않아도 괜찮다. 의사 결정이란 어차피 대세/ 권력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가? 아득바득 이기려고 들었던 내 태도를 후회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등 중요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중요한 것에만 내 목소리를 내길. 그렇게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무엇보다 본인을 가장 존중하며 살길 간절히 바란다.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한한 짧은 우리 인생을 서로 위하며 아끼고 행복하게 살다 저물고 싶다. 이 단순한 진리가 모든 이의 마음에 닿길 바라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특히 요즘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은 본인들의 삶이 무한"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조금 더 온화해지길 조금 더 평온해지길 모두가 그렇게 평안 속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남은 삶을 나는 평온해지려고 애써보련다.


오늘 하루 평안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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