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2주의 즐거움
여행이 좋은 이유가 돌아올 일상이 있어서라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특히 멀리 떠났다가 오랜 비행을 거쳐 돌아오는 길은 이상하게도 떠날 때의 비행보다도 즐겁다. 벌써 약 7년 전 캐나다에서의 교환 학기를 마치고 미국 최남단 키웨스트까지 갔다가 키웨스트-샬롯-뉴왁-밴쿠버-인천-대구 라는 37시간에 달하는 비행기+공항 귀국길이 지치기보다는 설레는 여정으로 기억될 정도다. 여행지에서의 가져온 추억, 사진, 기념품을 잔뜩 안은 채로, 이방인의 곤두선 자세는 놓아주고 익숙한 곳으로 돌아간다는 데서 발동하는 즐거움일 것이다.
인천공항에 착륙을 했을 때는 아침 7시 50분. 건조한 공기의 비행기에서 나와 차가운 바깥 공기가 피부에 닿으니 기분이 좋았다. 파리에서 한국 음식을 못 먹고 지냈던 것도 아닌데 당장 공항 내 한식집을 찾아 칼국수를 먹었다. 얼큰수제비를 먹었으면 더 좋았을 걸! 공항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아직은 해가 낮게 떠 창으로 빛이 들어오는데 일부러 커튼을 치지 않고 햇빛을 받으며 기분 좋게 꾸벅꾸벅 졸았다.
집으로 돌아와도 겨우 오전 11시. 짐을 풀고 빨래를 몽땅 세탁기에 돌린 후, 따끈한 물로 긴 샤워를 했다. 그리고 몰려오는 졸음을 참으며 세탁 완료 멜로디를 기다렸다. 캐리어에서 일주일 내내 묵은 때를 씻어낸 빨랫감들을 탁탁 털어 널어놓을 때의 상쾌함. 오랜만에 보는 강아지를 옆구리에 끼고 팔다리의 피로감을 느끼며 비행기에서 못 잔 잠에 스르륵 빠져드는 기분. 익숙한 내 방 냄새, 내 강아지 냄새, 내 이불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