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수건 Nov 12. 2017

9. 요리하는데 대학을 가야하나?

 수도 없이, 마르고 닳도록 많은 생각을 했던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내가 대학교를 가야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고민없이 마치 당연하단 듯이 대학에 입학했다. 1학년 동안의 전공 수업은 조리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서 배운 것들이 실습수업에 또 나왔다. 관광고 등 고등학교에서도 인문계가 아닌, 조리를 전공했던 몇몇 동기들은세번째 배우는 메뉴라고 말했다. 요리학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같은 것을 배웠다는 것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기초는 탄탄할수록 좋다고 했지 않던가. 강의시간에 배운 요리의 모두가 자격증 시험에 나온 메뉴는 아니라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넘겼다.


 이론 수업만하는 전공 과목에서도 자격증 필기 시험을 위해 공부했던 내용과 같았다. 입학 전부터 관심을 갖고 봤어야 할 커리큘럼에 대해서 이때부터 관심을 갖게 됐다. 프랜차이즈 창업이론, 외식마케팅론과 같은 것에 대해서 배우게 될 것을 상상했었는데, 고학년이 되어도 비슷한 과목 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2학년, 3학년이 되서 배운 식품학이나 조리원리도 필기 시험책에 있던 내용 그대로였다.


 1학년 2학기를 마치고 강원도의 한 리조트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현장의 선배 직원이 식재료의 성분등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어서 대답을 하다가, 대학교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 공부 열심히 했. 너희 학교 4년제 대학이지?"

"네."

"난 2년제 나왔는데, 너희가 배우는 거랑 2년제에서 배우는 거랑 같아. 난 요리하는데 4년제까지 나올 필요가 있나 싶어."


 생각해보면 입학 원서를 넣으면서도 생각했던 것 같다. 외식산업학이라, 나중에 어떤 길로 빠져도 이래저래 엮어서 이야기하기 편한 이름인 것 같다는 생각을.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이 정도면, 입학 원서를 넣던 시점에도 딱히 조리사가 되려고 이 전공을 택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단순히 조리를 하려고 했다면 대학교 자체를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 선배, 아르바이트 근무지의 선배 직원 그리고 동기들에게까지 듣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같았다. 4년씩이나  어떤 걸 더 잘 배우겠냐, 바로 필드에 나가서 일하면 더 빨리 배울 수 있다 이야기다. 또 일부 선배들이나 교수님들은 요즘 시대에 고졸 동네 식당 밖에 못간다는 이야기를 했다. 후자보다는 전자의 말에 동의했다. 학교 수업시간 실습은 현장의 실무에서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고, 현장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OEM제품을 주로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식당 논외다.


알고 요리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큰 차이라는 이야기를 어느 한 다큐에서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기 때문에 공부를 할 마음이 있는 사람은 대학으로 가도 좋다. 그리고 대학이 딱히 공부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흘러가는 시간에 대비해서 효율이 낮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최근에는 호텔이나 리조트가 입사 기준을 초대졸로 한정시키는 경우를 봤기 때문에 2년제 대학이라도 나와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동네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다가 나중에 가게 하나 차려보는 것이 꿈이라면 대학은 안가도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8. 조리-교육자의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