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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건 Sep 09. 2017

3. 내가 생각하는 것이 요리사가 맞는가?

요리사가 되고 싶은 게 아닐지도

 

 학원을 다닐 형편이 안됐 때문에 나의 요리 입문은 쉽지 않았다. 집에서라도 아무거나 만들어 보면 그게 요리 공부가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그 당시에 나는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요리 입문하는 등용문 정도로 생각했다. 그 생각만으로 인터넷을 뒤진 끝에 문화센터에서 강좌로 내놓은 한식조리기능사 특강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정보를 알아내 '배움'이 시작됐다.


 야간자율학습시간에는 조리기능사필기 공부를 했다. 식재료에 관련되고 요리에 관련된 내용이 많았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친구들은 두꺼운 그 문제집을 신기하듯 바라보고 질문 해오곤 했는데 난 직업 대 걱정거리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쭐해 하기도 했다.  당시에 요리를 하려는 친구가 주위에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우쭐한 한편 외롭기도 했으니 말이다.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 이외에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몰랐다. 요리학원에 다녔다면 선생님께 상담을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문화센터의 강사님은 나이가 환갑 넘어보이셔 현실적인 조언이 불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기능사특강 과정이 끝나갈  쯤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 속 다른 어떤 요소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라는 것을.

  당시에는 그 요소를 어떠한 것이라 스스로 정하지 않았다. 아니, 정하지 못했다. 그 때는 모르던 것을 지금 생각해보면 가령 이런 것들일 수 있다. 식재료 대한 학습욕구, 식품영양 대한 것들 그리고 독창적 메뉴 창작 혹은 푸드스타일링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발전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요리를 더 알기 위해 탐구할수록 '고든 램지'와 같은 성공한 요리사의 모습을 생각하며 영어공부를 조금 해둘 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요리사가 되려는 당신이 진짜 목표로 하는 것은 요리사와 관련 있지만 요리사  아닐 수도  것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내가 요리사를 원하는 것이 아님을 비교적 빨리 알게 됐다. 


 대학교 입학 후 첫 여름방학, 강원도의 한 리조트로 아르바이트를 갔을 때였다. 내가 생각해오던 조리사의 일들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몰라도 너무 몰랐던 탓일까? 다양한 식자재에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낼 것 같았지만  가지 음식 내고 그것들에 대한 재료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실제로 음식점 운영의 궁극적 목적인 이윤 창출을 위해서는 불가능 가깝다. 물론 가끔, 주마다 메뉴를 바꾸는 실험적인 음식점도 있긴 하다.

 여담이지만 하루에 예약한 손님만 받고 아무 메뉴 계획 없이 손님의 취향에 맞춰 즉흥적인 요리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멋질까? 과거에 어디선가 이 컨셉에 대해 들어본 것 같긴 하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첫 주방 아르바이트 계기로 깨달은 것과 기업의 메뉴 개발 과정에 대해 소개해주던 한 ebs프로그램을 통해, 메뉴개발자가 되는 것이 내가 원하던 것과 그나마 일치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조금은 다른 경우라고 볼 수 있는 지인의 일화를 하나 꺼내 보겠다. 요리를 공부 한다는 자부심이 컸던 그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한 적이 있는데, 요리를 준비하는 것보다. 테이블을 세팅하고 주변을 꾸미는 것, 즉 식공간 연출 더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정말 요리사가 되고 싶은 것 일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다른 분야의 일을 체험하게 되면서, 조언을 통해 특히, 학생이 아닌 요리사로 직접 주방에 일을 하면서 알게 된다.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에게 포기하라고 쓰는 글이 아니다. 이 글을 읽고 정말 열정 넘치는 요리사 지망생이 흔들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정도는 큰 도움이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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