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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iferC Sep 11. 2023

전 봐도 봐도 지겹지 않은데~ 보고 싶은 아이들

2007-09-11 18:52:13

캄퐁참에서 보낸 ‘뜨거운 휴가’

  

캄보디아 오지 마을의 학교를 찾아가 휴가를 보낸 다음(Daum) 사람들        

대기업 사회공헌 현장 ③ 다음(Daum)


▣ 캄퐁참(캄보디아)=글·사진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한국에서 비행기로 5시간, 다시 차로 5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캄보디아 캄퐁참 지역. 그나마 도로의 절반은 차가 지나기 힘든 흙길이다. 그 흙길 옆으로는 50m에 한 번꼴로 지뢰 경고 팻말이 눈에 띈다. 내전의 상처는 오지 마을에까지 땅속 깊이 박혀 있었다. 팻말 주변엔 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소떼를 몰고 지나가는 아이들이 보인다. 크고 반짝이는 눈망울로 지나가는 차를 올려다보는 아이들은 다들 맨발에 누런 옷을 입고 자기보다 키가 큰 소를 몰고 있었다. 아이들은 간밤에 내린 비로 파인 웅덩이에 바퀴가 빠진 노란 버스를 보고 있었다. 8월26일 일요일, 한 무리의 ‘외국인’들은 그렇게 캄퐁참 주민들 앞에 나타났다. 그들이 픽업 트럭에 ‘실려’ 마을 중심부에 있는 초등학교에 들어섰을 때는 학교에서 뭔가 재밌는 일이 있을 거란 소문을 듣고 모인 동네 사람들이 가득했다. ‘다음 지구촌 희망학교’(Daum Banghaeur Khlaeng School)를 찾은 10여 명의 ‘다음 직원 봉사단’과 주민들의 만남은 이렇게 묘한 설렘과 긴장 속에 시작됐다.






△ 다음 직원들과 캄퐁참 아이들이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벽화 앞에 앉아 손을 흔들며 웃고 있다.


지난해부터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전세계 빈곤국가의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국제아동구호단체인 ‘플랜’(PLAN)과 손잡고 ‘지구촌 희망학교’ 건립에 나섰다. 한국은 1953년부터 1979년까지 ‘플랜’의 수혜국이었다가 1996년에 비로소 후원국으로 전환했다. 다음 쪽은 회사 창업 멤버들의 스톡옵션을 기반으로 한 다음세대재단 기금과 6개월 동안 사내에서 직원들이 모은 돈을 ‘플랜’에 전달했고, 마침내 지난 12월 캄보디아 캄퐁참 지역에 첫 학교가 세워졌다. (현재는 네팔에 두 번째 학교를 짓고 있다.) 이후 30명의 직원이 직접 캄보디아 아이들과 1 대 1 결연을 맺어 편지와 선물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직원 10여 명을 선발해 ‘캄보디아 여름휴가’를 계획한 것도 이런 사회공헌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떠나기 전 공항에서 조유리(20·재무본부)씨는 “결연을 맺은 아이의 집에 방문하기로 해서 설레고 떨린다”고 말했다






창문에 매달려 수업 구경하는 눈망울


그렇게 직원들도, 아이들도 기다렸던 만남이지만 학교에 도착한 순간에는 서로 거리를 두고 쑥스러워했다. “쭉무릅 쑤어(만나서 반가워요)!” 김보윤(25·경영지원본부)씨가 어색한 억양으로 크메르어를 하자 여기저기서 키득거린다. 창문이며 문이며 할 것없이 아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구경하는 가운데 교실 청소와 벽화 밑그림 작업 등이 시작됐다. 학교는 400명 정원에 6개의 교실이 있는 1층짜리 아담한 건물로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다. 해가 있을 때 일을 마쳐야 하기에 마음도 손도 바빠졌다. 구경하는 아이들이 심심할까봐 한 직원이 풍선을 날렸더니 순식간에 ‘풍선 날리기 놀이’가 시작돼 한동안 모두 신이 났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온 직원들은 고민에 빠졌다. 월요일부터 30명의 학생만을 데리고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그럼 오늘 왔던 100여 명의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하지만 모든 물품을 30명 기준으로 준비한 상황. 밤새워 의논을 해봐도 뾰족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일찌감치 학교에 도착했다. 준비한 프로그램은 티셔츠에 그림 그리기, 풍선인형 만들기, 영화 보기, 벽화 그리기 등. 미리 ‘선발된’ 30명의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왔다. 10~12살인 그들은 모두 교복을 갖춰 입고 왔다. 30명을 6조로 나눈 뒤 조별로 식사를 시작했더니 창밖에서 구경하는 아이들이 군침을 삼킨다. 한 아이는 창밖의 동생을 생각해 밥을 반만 먹고는 서랍에 넣어둔다. “30명과 수업하는 것만 생각하고 준비해왔더니 너무 민망하네요. 다음엔 방법을 달리해야죠.” 사회공헌팀 강현숙(35)씨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우리 애 옷 사다가 네 것까지 샀어”


직원들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업을 진행하는 내내 교실 안팎의 아이들은 신이 난 표정이었다. ‘Dream is’(꿈은)라고 쓰여 있는 티셔츠를 하나씩 나눠주고 동그라미 안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 각 조에서 조장을 맡은 직원들이 손발을 써가며 지도를 했다. 나권수(29·검색포털본부)씨는 “말도 안 통하고 그림 그리는 데도 익숙지 않으니 정말 힘들다”고 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저마다의 ‘꿈 그림’을 완성하자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며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건넸다. 사실 캄퐁참 지역의 소녀들은 한국으로 시집가는 캄보디아 ‘아가씨’의 50~6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참파족’이 피부가 비교적 희고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그린 티셔츠 위로 가이드의 설명이 겹쳐졌다.






△ 예쁜 귀고리를 한 옛 폰(11)이 티셔츠에 꽃그림을 그리며 웃고 있다.






만화영화 상영 시간에는 바깥에 있던 아이들도 다 교실로 들어오도록 했다. 아이들에게 과자도 나눠줬다. 신이 난 아이들이 텔레비전 앞에 턱을 받치고 앉았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기에 텔레비전 속 움직이는 영상은 아이들의 시선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그동안 조유리씨는 옆 마을에 사는 결연아동 비칫을 만나러 갈 채비를 했다. “저와 결연한 비칫 옌은 이 학교에서 너무 먼 곳에 살아서 제가 직접 집으로 찾아가려고요.” 선물로 준비했다는 인형과 색연필 등 학용품을 만지작거리며 조씨는 비칫이 사는 마을을 향했다.


흙길을 한 시간 동안 달려 도착한 마을 어귀에는 이미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다음 직원들과 연계돼 있는 다른 아이들 선물도 대신 들고갔다. “우리 애 옷 사다가 네 생각이 나서 똑같은 걸로 샀다” “사진 보니 많이 컸구나, 아줌마 사진도 보낼게” 등 따뜻한 편지와 함께 묶인 선물들은 ‘플랜’의 검사를 거친 뒤 아이들에게 전달됐다(먹는 것이나 고가의 선물은 금지라고). 드디어 비칫에게 선물을 전달할 차례. 조유리씨가 탄성을 질렀다. “저 애예요! 와, 사진보다 더 귀여워요!” 드디어 만난 두 사람. 그동안 편지도 사진도 주고받았건만 둘 다 너무나 쑥스럽기만 하다. 악수를 하려고 손을 잡고는 몇 분 동안 그 손을 놓지 못한다. 비칫의 어머니가 과자와 과일을 한 바구니 들고 나와 조씨를 맞았다. “비칫, 공부 잘하나요?” 질문에 어머니는 당황하며 “잘 못한다”고 말한 뒤 “비칫의 취미는 동네 돌아다니기”라고 솔직하게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어머니가 챙겨준 선물을 들고 돌아서는 순간, 조씨의 눈에 눈물이 비쳤다. 그렇게 기대했던 결연아동 방문은 조금은 어색하게, 그래도 콧등 시큰하게 끝이 났다.






△ 점심 시간에 조별로 식사를 하는 동안 직원들은 밖에서 구경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해 어쩔 줄을 몰랐다.






정성껏 쓴 편지 앞에 눈물이 글썽


다음날엔 운동회가 열렸다. 학생들을 15명씩 청팀·백팀으로 나누고 응원 구호를 준비했다. 준비운동부터 아이들 호응이 대단했다. 넓은 운동장에 아이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릴레이 사탕먹기, 2인3각을 하는 동안 직원들과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원활하게 소통을 했다. 사탕먹기 게임은 청팀 승리, 2인3각은 백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어서 축구 경기와 계주를 했다. 남녀 할 것 없이 달려들어 격렬한 경기가 펼쳐졌다. 뜨거운 햇살이 운동장에 내리지만 아이들은 태양 앞에 약해지지 않았다. 마지막엔 시원한 물총놀이를 했는데 아이들이 어찌나 좋아하는지 웃음소리가 마을에 가득차는 듯 했다.


아이들과의 마지막날, 직원들은 밤새 잠을 자지 않고 아이들에게 줄 마지막 선물을 준비했다. 며칠간 찍은 영상을 편집해 보여주고 편지를 써서 사진과 함께 건넸다. 그런데 아이들도 직쩝 써운 편지를 내미는 것이 아닌가. 말도 안통하는데 편지를 주고받고는 다들 눈물이 글썽해졌다. 완성된 벽화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다가 아이들이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직원들도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다음(Daum) 직원들은 이번 ‘봉사휴가’가 ‘다음’이란 기업의 이름으로 생색을 내기 위한 이벤트라고 여기지 않았다. “캄보디아에 학교를 짓고 아이들과 결연해 편지를 주고받는 일은 ‘다음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일이죠.” 김태경(28·검색포털본부)씨의 말이다. 현지에서 여러 가지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다음번 ‘직원봉사단’의 시행착오를 줄이면 된다고 생각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직접 캄보디아 아이들의 맑은 눈을 보고 왔으니 ‘다음 사람들’의 사회공헌 열기는 당분간 더 뜨거워질 듯하다. (‘플랜’과 함께하는 국제 아동후원 문의는 플랜한국위원회(www.plankorea.or.kr)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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