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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Oh Jul 06. 2016

조직의 모듈화

소는 혼자 키우는게 아니라고 아빠는 말했다

세상에 이상적인 이론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나 완벽한 이론은 없죠. 이상과 완벽은 같은 말 같지만, 사실 '완벽'이란 단어는 지극히 현실주의적이며, 이상적인 이론이 많은 이유는 누구든 상상이 가능하기 때문이지만, 완벽할 수 없는 이유는 현실에는 어디에든 빈 틈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상은 쉽게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빈틈 또한 그만큼 많다.

누구든 의견을 낼 수 있지만 결론을 내줄 사람은 없다.

내뱉는 사람은 많지만 주워담는 사람은 없다.

공을 던지는 사람은 많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R&R이 있어야만 일을 하는 기업, MBO와 KPI가 자신의 1년간 직장생활에 대한 태도와 입장을 지배하는 곳. 등을 비빌 수 있는 팀이 있어야 안도를 하는, 홀로 떨어져 있으면 동기부여가 제로화 되는, 그런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한민국의 직장인은 결코 진정성 있는 위안을 받을 수가 없는 곳으로 느껴질 겁니다.어제까지 매일 술잔 기울이며 친하게 지내던 부장님이 갑자기 나와 늘 싸우기만 하는 팀에 가서 나랑 마주하고 싸운다. 어떡할건가요? 그래도 좋은 분이니 최대한 합리적으로 절충한다? 안타깝게도 엉뚱한 사명감은 꼭 싸울 때 더 불거집니다. 나도 KPI가 있고, 친분 때문에 업무를 놓을 수는 없으니까요. 서로 말은 없어지고, 결국 외면한 채 좋았던 사이는 마무리되어 버립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취준생이 계시다면-물론 요즘은 철든 취준생이 많으시겠지만-미생과 같은 직장인의 낭만?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철든척 경험자들을 뛰어넘는 발언을 경솔하게 해도 안되지만요(속이 다 보이거든요. 본인만 모르시지만). 한 가지 조언해드릴 수 있는건, 회사는 인간미로 살아가는 곳은 아니라는 겁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매너"로 살아가야 하는 곳이예요. 존경하는 분이 있더라도, 당신이 전해야 할 태도는 존경심과 최선의 co-work이지, 어설픈 인간적 의리따위가 아니거든요. 회사는 마치 아침 8시 30분 올림픽대로와도 같아서, 남 눈치 안보고 끼어들거나 무작정 빵빵대는 순간 그냥 그 도로에 있어서는 안될 존재와도 같은 취급을 당하게 되는 겁니다. 같이 흘러가는거고, 내가 한 번 양보를 받고 싶으면 한 번은 양보를 해 주고, 서로 호흡을 맞추고, 신호등을 잘 지켜 흐름을 끊지 않을 때 모두가 조화되어 원활한 교통흐름이 되는 것.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역할을 다 할 때, 갑자기 엄청난 스피드로 모든 일이 원활하게 해결되는 어떤 순간.


어떤 인간적 관계와 의리와 추억보다, 더 끈끈한 사명감과 결속력이 다져지며 정신적 교감이 머릿속에 새겨지는 순간. 그 순간은 직장생활에서 쉽게 경험하기가 어려우며, 한 번의 경험으로 그들은 어떤 조직보다 단단해지고 월등한 레벨업을 보입니다. 프로젝트팀들이 좀 더 빈번하게 경험하게 되는데, 보통 프로젝트팀은 서로 기능이 다른 부서로부터 모인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각각 서로의 완성도를 높여 하나의 잘 만들어진 성과물을 보입니다. 웹사이트를 만든다던가, 프로세스를 만들고 시스템화 한다던가, UX 전략을 짠다던가...밸류체인상의 인원들이 모여 완벽헌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작업, 그 작업을 할 수 있는 조직,


그러한 조직 안에는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2008년에 동영상쇼핑몰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그 안에는 기획자, 개발자, 마케터, 디자이너, 기술감독, PD, MD, 컨텐츠 오퍼레이터, 편집인력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사이트를 구축하고 컨텐츠를 만들어 물건을 팔았습니다. 처음에는 엄청 힘들어서 서로 싸워댔지만, 결국 기획자의 리딩과 점심마다 먹던 떡볶이를 통한 정신 무장으로 제대로 된 스튜디오에서 웹사이트를 구축하였죠. 지금으로 치자면 아마도 GS SHOP의 '날방' 같은 컨셉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모바일이 없었으니 PC 기반이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들이 각기 다른팀에 있었다면, 각종 보고와 컨펌으로 시간도 지연되고, 서로 정보 업데이트가 안되어 엉뚱한 산출물이 나왔을 겁니다. TFT를 만드는 목적은, 정해진 비즈니스 전략을 빠르게 수행하기 위해 각 기능들을 한군데 뭉쳐 의사결정 라인을 단일화 하고, 추진력을 강화하기 위함입니다. 각기 다른 기능이 모여 빠르게 아웃풋을 만들어 낸다.


조직행동론 관점에서, 우리는 이를 조직의 모듈화(Modularization)이라고 합니다. Dell의 방식에서 시작한 이 개념은, 20세기에 나온 이론임에도 새로운 단어로 재평가 받고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포스는 본인들이 Origin 이라고 하겠지만(아마 양심상 안그럴 수도). ㅎㅎ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모듈화는 아래 세 가지의 특성을 가져가게 됩니다. 경험적으로 풀어서, 지금 용어로 써볼께요.


1. 수평적 조직구조

  프로젝트 리더를 제외하면, 모두가 자기 영역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누가 누구에게 시비를 걸 수가 없습니다. 서로를 믿고 추진하는거죠.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받고 조화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부장급 개발자가 대리급 PD를 내리 누를 수도 없고, 사원도 과장에게 할 말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을 돌아가게 해야 하니까요. 서로의 직위체계를 내려놓을 수 없다면, 프로젝트에 함부로 끼어들어서는 안됩니다.


2. 애자일

  대부분의  TFT는 사무실도 물리적으로 떨어져있지만, 누군가와 같이 있어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프로젝트 리더의 컨펌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금방 금방 골치아픈 일들을 쳐낼 수 있습니다. 전에 없던 효율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프로젝트를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이해관계/보고체계가 복잡한 프로젝트일수록 더 어렵다는 건 알지만, 이해관계는 여기서 논할 단계가 아니고, 보고체계가 복잡하면 TFT로 뺀 이유가 없어져버리므로 제외합니다.)


3. 자율성

  모듈화된 프로젝트의 멤버들은, 자신의 직무 영역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신감도 있어 하지만, 어떤 문제가 일어났을 때 함께 고민하고 거들어줍니다. 스스로 문제를 찾고, 팀이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데서 성취감을 가지게 되죠.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음을 확인한 순간, 그 다음부터 찾아오는 문제에 대해서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각자의 전문성으로 일을 해석하고 협력합니다. 자율성이 콜라보레이션을 불러오는 형태죠. 당연히 이런식으로 일하면 조직은 애자일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서로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순간 조직은 수평적 구조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조직의 모듈화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율성입니다.


작년에 본격적으로 논란이 시작된 홀라크라시의 핵심은 "자기경영"이고, 고전적인 자기경영팀과 모듈화 개념으로부터 "네트웍"과 "유연성"이 추가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홀라크라시는 지난 번 코디네이터에 대한 설명과 리드링크 얘기를 토대로 다음편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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