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ttOh Jul 14. 2016

내가 사랑한 쿠셔닝-러닝화/워킹화편

발이 편안해야 하루가 편안합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항상 저에게 두 치수 큰 신발을 사주셨습니다. 발이 금방 금방 자란다며, 오래 신으라고 큰 신발을 사주셨죠. 덜렁덜렁 질질 끌고 다니는 신발이 아쉬워 끈이라도 꽉 조이면, 끈이 너무 길어 밟고 다니다 끈마저 너덜너덜해지던 시절이 있었죠.


그때는 사실 나이키나 아디다스는 생각도 못했고, 아티스, 까발로, 슈퍼카미트, 월드컵, 타이거(오니츠카타이거 아닙니다) 5대천왕이 유명했던 시절. 그 중에 아티스는 최고였죠. 적극적인 캐릭터신발의 도입, 호돌이 버전은 초등, 아니 국민학생이던 저를 늘 설레이게 했습니다. 캐릭터 신발을 벗어날 나이의 마지막 신발이었죠.


밤이면 찬란하게 빛나는 야광판 버전 아티스 88 호돌이 @ champ76님 블로그

국제상사는 지금의 프로스펙스와 위의 아티스를 운영하던 기업이었죠. 1949년에 설립하여 2006년 매각되기까지 약 57년간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켜왔던 회사. 지금은 LS네트웍스에서 워킹화와 트레킹화로 잘 이어나가고 있으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자랑스럽습니다.


사실 오늘 할 얘기는 국산 브랜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애국심으로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위 사진처럼 추억 속 얘기를 꺼내는 정도일테고, 기술 발전같은 얘기를 하기엔 조금은 부족한게 사실이니까요. 특히 소재와 구조에 있어, 해외 브랜드가 이어 가는 라인업을 조금 들여다 보면, 브랜드와 포트폴리오가 굉장히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나이키 얘기만 잠시 해보려고 합니다. 쿠셔닝은 브랜드별로 약 7~8편 정도 나오는 분량이라서요;; 이미 지난번에 농구화편을 썼습니다만, 사실 쿠션을 포함한 브랜드별 테크날러지를 얘기하려면 연속으로 약 반나절을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리복과 아디다스 얘기도 해보겠습니다. 사실 리복도 재미있거든요. DMX라는 이름 하나를 두고 에어캡슐에서 Foam 형태의 쿠션까지의 변화도 있었고(왜 이름에 변화를 안준건지는 몰라도), 그 유명한 젤쿠션(90년대 초반 리복펌프 시절)과 육각형 공기방이 결집된 Hexalite까지 할 말이 참 많습니다. 아, 물론 펌프 얘기와 샤크시리즈도 빼놓을 수가 없죠.


아디다스요? 요즘 이런거 만드는거 아시죠? 클라이마 기술로 팀던컨의 땀나는 발을 식혀주려 노력하던(진짜 아웃솔에서 안쪽까지 뚫려있음. 빗길 조심) 아디다스는 요즘 웬 칼집을 미드솔로 구겨넣습니다. ㅎㅎㅎㅎㅎ 이 집도 꽤 재미있어요.


Adidas Springblade, from 2014


러닝화/워킹화는 사실 다른 카테고리이긴 하지만, 점차 그 경계를 무너뜨리며 크로스오버화 되고 있습니다. 피트니스의 개념이 많이 바뀌었고, 걷는 것이 건강의 비결로 유행을 탄지도 10년이 채 안되기 때문에 워킹화가 자리에 들어오며 미드/아웃솔이나 어퍼(상단 갑피부분), 텅(설포, 신발끈으로 덮는 가운데 부분. 신을 때 많이 잡아당기는)의 소재와 형태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의 첫 러닝화는 대학시절 나이키 에어맥스97이었습니다.


Pics @ Amazon.com


등고선같은 라인이 우주선 같은 느낌을 주던 신발이죠. 사실 고등학생 때까지는 농구화밖에 안신었기 때문에 러닝화에 대한 기억이 전무합니다. 거의 360도 노출된 맥스에어가 굉장히 섹시했었죠. 러닝화의 기본은 충격흡수입니다. 두터운 에어캡슐로 땅을 퍽퍽 찍어가며 달려도 충격이 전해지지 않아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 때 조금씩 '간지'를 배워가던 촌스러운 저는 맥스 95를 사랑하게 됩니다.


Pics @ Amazon.com


어떤게 더 편했냐고 물으신다면 개인적으로는 97을 더 선호했습니다. 95보다 좀 더 간편한 느낌에, 가벼웠거든요. 95는 꽤나 묵직합니다. 하지만 상징적으로 앞축에서도 에어캡슐을 노출시키고, 인체를 상징하는 각각의 디자인 요소에서 혁신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특히 Volt Green 색상과 그레이톤의 조합은 지금도 세련된 색상으로 스테디셀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맥스에어가 2013 너머까지 이어지는 동안, SHOX 열풍을 몰고 NZ 모델이 아주 반짝 흥행을 일으킵니다.

Pics @ Amazon.com

앞편의 농구화 얘기처럼 저는 샥스에 대해서는 불신이 가득합니다만, 러닝화에서의 샥스는 나름 괜찮은 반발력을 보여줬습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잉~보잉~하는 느낌은 아니고, 탱탱거리는 느낌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Shox 러닝화 또한 TL 라인과 R4 등의 라인 확장을 하지만, 선수와 매니아들을 제외하고는 범용화되지는 못합니다. 일단 샥스의 아웃솔에 적용된 BRS1000 소재조차 감당 못하는 내구성도 있었지만, 그에 비해 가격은 비싼 편이었거든요. 이제 와서 에어맥스 헤리티지 라인과 가격이 역전되어 있지만, 현행모델이었던 당시에는 NZ만 해도 학생들이 쉽게 살 수 없는 신발이었습니다.


샥스와 함께 돌풍을 일으켰던 줌에어는 농구화와 달리 러닝화에서는 큰 빛을 보지 못합니다. 물론 줌페가수스나 스트럭쳐 같은 우수한 모델들이 있습니다만, 바로 이녀석 때문인데요,


Pics @ Pinterest

혜성과도 같이 나타난 루나론 때문입니다. 달 위를 걷는 듯한 푹신함. 탄탄한 스포츠카가 아니라 수퍼세단이 거친 길을 스르륵 넘는 듯한 느낌. 발을 대는 순간부터 떼는 순간까지 마치 라텍스를 밟은 듯한 느낌 때문에 남녀노소애어른학생경찰 가리지 않고 인기를 몰아가게 됩니다.


사실 이 루나론은 과거 파일론이라는 중창 소재로부터 유래되는데요, 과거 우리가 알고 있는 에어 없는 푹신한 신발들은 모두 파일론이 삽입된 신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폴리우레탄보다 푹신하면서 반발력이 좋아, 모든 종류의 신발에 파일론이 들어가면 좋은 신발로 분류되기도 했었습니다. 조던 7, 11 등 유명한 신발들에 에어솔과 함께 삽입되었으며, 르브론제임스의 첫 신발인 Air Zoom Generation에도 삽입되었을 정도. 일명 '물침대 쿠션'이라고 불리우는 신발에는 대부분 파일론이 들어가있죠.


루나론이 획기적인 이유는, 무게는 파일론보다 30% 정도 가벼우면서 쿠션이나 내구성이 우수했기 때문인데, 저에겐 농구화 이후로 러닝화에서도 두켤레째 유지 중인 신발이 하나 있습니다.


Lunar Trainer

음...이녀석은 뭐랄까. 일단 가볍습니다. 265그램으로 최고의 경량을 자랑합니다. 최고 인기모델인 루나글라이드7이 경량화를 엄청 했음에도 272그램, 7번째 세대를 거쳐 경량화를 했음에도 그정도 무게라면 이해가 가시죠? 직물 소재의 어퍼와 함께 가벼운 워킹과 외출에 가장 안성맞춤인 이 신발은 루나글라이드의 그늘에 가려 아울렛에서 7만원대에 판매가 되고 있었습니다. 루나글라이드에서 플라이와이어 등 몇 가지 기능이 빠져있으나, 발목에 큰 사고를 경험한 저로서는 이만큼 믿음이 가는 신발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워킹/트레이닝에서는 루나가, 러닝에서는 맥스에어가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서 줌에어는 '얇은 중창' 이상의 매력을 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얇은 중창은 이녀석이 맡고 있거든요.


Nike Free 5.0


모두 아실 만한 이 프리 쿠션은, 사실 쿠션감은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파일론도 에어솔도 없는 이녀석이 가진 강점은 "유연성"으로, 말아접을 수 있는 수준의 얇고 유연한 아웃솔과, 블럭화 되어있는 패턴이 지면을 맨발로 밟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운동과 일상에서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사실 줌에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닙니다. 반발력 하나로 농구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줌에어의 또 다른 큰 문제는 "삽입형"이라는데 있는데요, 줌에어는 중창 사이에 삽입을 하거나, 중창을 성형하여 줌에어 자리를 만들어 접착하는 형태로 적용이 되는데 이게 내구성이 생각만큼 좋지 않습니다. 내부애서 줌에어가 분리되면 중창과 마찰하면서 소위 "뽀득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AS는 그저 접착하는 수밖에는 없는데, 이 느낌이 "그냥 신지 뭐"라고 하기에 꽤나 신경이 쓰입니다. 지금이야 많은 개선이 이뤄졌겠지만, 루나와 프리의 라인업으로 쿠션 라인이 정리되면서 러닝화에서 설 자리를 마땅히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는 사람들은 찾아서 신기도 하지만요. 특히 요즘 나이키의 직물소재 어퍼인 Flywire와 줌에어의 조합은 그야말로 날렵한 도시의 이미지를 불러오는 스니커즈로도 딱입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즈니스 캐주얼을 기본 복식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약 2년 전부터 점차 라운드티와 청바지, 롤업팬츠 등의 자유복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물론 반바지는 아직...삼성은 아니라서요.) 복식이 바뀌면서 당연히 신발에도 변화가 왔고, 지금은 제옥스나 락포트, 유니페어보다 나이키와 컨버스에 더 자주 다니게 되었습니다. 요즘 기업들이 복식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는데, 좋은 옷을 고르면서 신발도 좋은 것(비싼 것 말고)을 고르는 지혜가 필요할 겁니다. 물론, 지금 말한 쿠션 뿐 아니라 디자인이나 어퍼의 소재(두꺼운지 얇은지, 직물인지 인조가죽인지 3D프린팅인지), 발의 형태에 맞는지 여러가지를 고민하면서 고르셔야겠죠? 새 모델, 새 신발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다 제대로 한 번 잘 고른 좋은 신발은 다시 사 신고, 또 신게 되어 있습니다. 저처럼요. :)

작가의 이전글 내가 사랑한 쿠셔닝-농구화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