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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원 Apr 11. 2024

god_반대가 끌리는 이유

사람 마음은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

두 사람 이렇게 서로 다르지만요
모든 게 완전히 정말 반대지만요


  최근 있었던 소개팅에서 꽤나 주목할만한 진전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소개팅을 통한 세네번의 만남이 일상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의 입장에선 지금까지 경험했던 소개팅 중에 가장 길게 연락을 이어오고 있는터라 글을 쓰는 오늘을 기준으로는 역대급 성과임이 분명하다.


  소개팅의 첫 만남 이후에 남자 쪽이 두 번째 만남을 제안하고 세 번째 만남즈음에 고백을 하는 것이 국룰이라고 주위사람들로부터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었지만, 나는 그 국룰을 지키지 못했다. 소개팅 상대방과 너무나도 다른 성향에 조금 더 상대방을 알아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였다. 일주일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동료들은 “반대가 끌리는 이유가 있다는데 그냥 한번 가벼운 만남으로 만나봐” 라며 나의 급발진을 종용했지만, 나는 조금더의 ‘신중함’을 택했다.


  지인들로부터 ‘반대가 끌리는 이유’라는 말을 듣자마자  오랜 시간 잊고 지내왔던 god의 노래를 떠올렸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2004년에 발매되었던 이 노래는 스마트폰보다는 256MB의 mp3로 들었던 기억이 더 큰 노래다. 그때도 이 노래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초등학교 6학년이 노래의 가사처럼 사랑에 대해 무엇을 알았으랴? 그때는 그저 경쾌한 멜로디가 좋아서 들었을 뿐이지만 십수년이 흐른 오늘의 나는 가사를 음미하고자 내 손가락을 자연스레 재생버튼 위로 움직였다. 가사의 내용은 엄청 단순하다. 반대의 모습에 신기해하지만, 곧 자신과 다른 모습을 바라보며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어쩜 머리부터 다리 끝까지 다른 사람이 있을까
정말이지 처음 봤어 그래서 보게 됐지 놀랐어
정말 신기했어


  다시 나의 소개팅으로 돌아와서 그녀와 나는 MBTI상으로도 정반대다. 그녀는 ENFP, 나는 ISTJ로 모든 것이 맞지 않다. 그럼에도 세 번 이상의 만남을 가졌다는 건 분명 신기한 일이다. 만남의 첫날 가벼운 술로 시작해서 무거운 술로 자리를 마쳤을 때에도 소개팅의 느낌이었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그녀의 말을 듣는 청음회 같았다. 어떻게 보면 정반대의 성향이기 때문에 일어난 상황일지도 모르지만 소개팅이라는 자리에서 볼 때는 분명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곧장 두 번째 만남을 가졌으니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모습이 꽤나 호감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이건 다음번에 당사자에게도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두 번째 만남부터는 서로의 반대 성향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났다. 작게는 문과와 이과의 차이에서부터 시작해서 취미와 생활습관 등 모두가 달랐다. 가령 나는 맛집을 가더라도 웨이팅이 있으면 금세 발을 돌리곤 했지만, 그녀는 웨이팅을 되려 즐기는 성향이었다. 실제로 웨이팅이 있는 식당으로 향했을 때 나의 입장에선 “오늘은 볼 수 있는 시간이 짧은 만큼 빨리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었지만, 그녀는 “새로운 사람과 맛있는 음식으로 좋은 기억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었다. 함께하는 시간을 잘 보내고자 하는 목적은 같았지만, 접근하는 방법이 달랐다.


모든 게 나와는 도무지 맞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데
너 같은 애들 늘 피하기만 하면서 살았는데
왜 너만은 그렇게 밉거나 싫지가 않은데
너에게 뭔가 이상한 게 있는데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니 세 번째, 네 번째의 만남까지 이어오면서 반대의 성향 때문에 마찰을 빚었던 적은 크게 없었다. 평소의 나는 노래의 가사처럼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들을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피하다시피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처음엔 '시소'의 끝에서 서로의 성향에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었지만, 인연이라는 매개체로 점점가까이 다가가며 간극을 줄여나가고 있었다. 결국엔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소의 움직임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분명히도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무엇인가가 있다.(물론, 김칫국을 거하게 드링킹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참 신비로운 거죠
살아가면서 한 번 올까 말까 한 그런 사랑인데


  반대가 끌리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신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살면서 또 언제 느껴볼 수 있을지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인연에 충실하고자 나 스스로도 알게 모르게 간극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내 감정이지만 나에게마저도 신비롭다. 그래서 끌리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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