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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원 Jul 05. 2024

'투탕카멘의 저주'와 소중한 연차

내가 없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2024년 7월 1일은 휴가였다.


  6월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느 날, 법원에 제출할 서류의 기한을 확인하기 위해 달력을 확인하다 아무런 일정도 적혀있지 않은 7월 첫 주를 보고선 곧장 휴가신청서를 클릭했다. 정말 무언가에 홀린 듯이 아무런 보고도 없이 그냥 휴가를 썼다.


  올해 내가 사용한 휴가는 반차 한 번과 4번의 연차뿐이었다. 이마저도 주로 병원진료나 자취방에 공사가 필요할 때 사용했던 터라, 오롯이 '쉼'을 위한 휴가는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두근거리는 설렘을 느끼기 시작했고, 무엇을 해야 잘 쉬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익숙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항상 자리를 비우는 날에 일이 터진다.

  꼭 휴가 중일 때면 평소에는 알아서 잘만 굴러가던 계약에서 분쟁이 일어나 계약내용에 대한 검토가 요청된다거나 정부나 국회에서 급하게 자료 작성 요청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꼭 이런 요청들은 '즉시회신' 아니면 다음날 아침까지가 마감기한인지라 곧바로 인트라넷과 각종 시스템에 접속해서 업무를 처리해야만 했다.


  휴가 때마다 이런 일들이 있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징크스로 자리 잡았고 휴가날 병원을 가더라도 항상 노트북을 가지고 다녔다. 정말 작고 소중한 사막의 옹달샘 같은 휴가 중에 인트라넷에 접속해서 업무를 해야 하는 기분이란 정말 끔찍하면서도 "나는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현타'의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홀린 듯이 휴가를 썼던 이유는 왜일까?

"투탕카멘 무덤에 들어갔다 온 사람들은 다 죽는다. 시카고 대학 교정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죽는 것처럼"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한 패널이 '투탕카멘의 저주'에 대해 설명하며, 저명한 외국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저주와 상관없이 사람은 모두 죽는다."라는 심플한 내용이지만 왠지 모르게 '뇌'속에서 꼭꼭 숨겨져 세상밖으로 나오지 않던 지식이었다.

시원하게 휴가 쓰자.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우리는 죽을걸 알면서도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끝이 있는 인생에서 좋은 날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내가 휴가를 써도 어딘가에서 일은 일어나고, 내가 사무실에 있더라도 일은 일어난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냥 받아들이는 게 답이다. 어차피 터질 일은 터진다. 우리는 그 일이 좋게 터질지 안 좋게 터질지 모를 뿐이기에 좋은 방향이기를 기원하며 살아나갈 뿐이다.


두려워하지 말자.

언제나 끝은 정해져 있다.



  오늘의 주제와는 동떨어지지만, 사랑의 끝도 어차피 이별이다. 단순한 헤어짐이거나 결혼 후에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사별처럼 이별을 알면서도 그냥 열심히 사랑하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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