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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HAN Dec 11. 2017

[매거진 쓰다] 살고 싶은 집은 존재하는가.

 1. . 치솟는 부동산값에 오갈 곳 없이 거처를 헤매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지만 정작 나는 늘 엉덩이 붙이고 누울 곳이 있었다. ‘이러다 길바닥에 나앉는다’라는 소리는 그냥 농담 섞인 우스갯소리로만 인식했다. 매일 아침 지하철로 출근하며 만나는 노숙인들을 보면서도 아무 자극도 받지 않는. 생각보다 나를 두르고 있는 울타리는 높았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다.


나는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를 다녀왔다. 3/7-26

2. 집은 늘 후자였다. 나에게 있어 집은 늘 고민거리들의 마지막에 있었다. ‘일단 이것부터 해두고’, 혹은 집의 영역은 늘 침범하기 쉬웠다. ‘이건 집에 가서 해야지.’ 집은 늘 양보해야 했고 비켜주어야만 했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는 그저 소비의 대상으로 보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집을 꾸민다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뭐하러?

3. 상실했으나 회복하지 않았다. 회복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 역시 집이기 때문인 것 같다. 회복이 곧 피로로 다가올 때도 있다. 점차 잃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해두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 오늘날 현대인들의 어떤 단상은 가장 작은 울타리인 나의 집으로 어느 순간 파고들고 있다. 그리고 파고드는 채로 내버려 두고 있다. 파고든 무언가는 곪은 상처가 되어 병이 될지, 스치듯 배설될지. 몰라 아 피곤해.


4. 나도 홈리스인가. 이 전시를 보러 가기 전만 해도 나는 나 스스로를 홈리스라고 여기게 될지 꿈에도 몰랐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는 공간, 가족 간에 사랑과 믿음을 나누고, 함께 모여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장소, 정신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곳, 다음 세대를 이어갈 자녀를 출산하고, 노인들이 여생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 홈리스의 도시전에서는 물리적 측면의 홈리스만큼 정서적 측면의 홈리스에도 주목하고 있다. 같은 공간 안에서 관계는 소멸되는 현상. 1인 가구, 홀로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현대인의 화두 중에 ‘고독’은 빠지지 않는다. 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호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멸되는 관계를 놓을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

5.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다. 주거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6명의 친구들이 한 집에서 지지고 볶고 그렇게 산다. 피로를 묵인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끄집어내 해결을 도모하는 건강한 관계를 일구기 위해 모두가 조금씩 희생도 하고 그 안에서 위로도 한다. 파편들이 모여 새로운 대안을 바라보고자 했다. 집은 재산이 아니라 관계의 매개체라던 주거에 관한 실험을 하던 친구들의 외침처럼 잃어버린 것들 아니 가지고 있지 조차 않았던 것들에게 관심을 가져보고 있다. 새벽 너머 누군가의 재잘거리는 소리조차 나쁘지 않다. 작은 소음들마저 온기로 다가오고 있다.

6. 함께 만드는 집. 문재원 작가의 관객참여로 완성되는 진행형 건축적 설치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규격화된 레고 장난감 부속품들을 하나씩 연결하여 전혀 새로운 형태가 완성되는 모습을 보면서 유년시절의 장난감에 대한 향수가 지금의 나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파편의 형태는 유지되는데, 결국 집은 완성되어가고 있다. 나의 집도 그러한가. 파편을 억지로 짜 맞추지 않지만 완성되는 형태라 인상 깊다. 


7. 살고 싶은 집은 존재하는가. 애초에 난 어떤 집에 살고 싶었던 걸까. 따뜻한 온기가 돌고, 맛있는 음식. 좋은 대화. 구성원들을 대변하는 갖가지 소품들. 그리고 다시 비우는 과정들. 그 안에서 결국 점차 흐릿해져 가는 집에 대한 생각들이 오늘날 나는 어떤 집에 살아야 하는지, 그래도 정서적 만족감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집의 역할을 다른 곳에서 해결해볼 수는 없는지. 아마도 나는 나의 파편들을 여기저기 다양한 곳에 흩뿌려놓고 종일 주우러 다녀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여기저기에 내 집이 존재하는 듯하다.

MARU 다녀오다







2017 .03. 29. 매거진쓰다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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