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주는 청첩장

14년 전 유럽여행의 인연

by 강릴리

나와 유럽여행을 3주 동안이나 함께 한 손님들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수능치고 바로 유럽여행을 온 열아홉의 소년이던 J가 결혼한다고

연락이 와서 청첩장을 건네는데 감회가 무척이나 새롭다.


14년 전, 내가 신입 인솔자이던 시절, 우리는 유럽 9개국을 함께 여행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나도 쉬운 게 없었던 출장이었다.


폭설로 한국에서 출국날은 결항되었고 프랑스에서 귀국날은 지연되었고

벨기에에서는 손님이 소매치기를 당해 경찰서도 갔다 오고

여러 나라를 야간기차 타고 이동하며 별별 사건을 겪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자유일정인 출장인데도 불구하고 열정 넘치던 스물일곱 살의 인솔자였던 나는

마음 맞는 손님들과 함께 직접 기획해서 여행지를 같이 다녔다.

동화처럼 아름다웠던 잔세스칸스, 인생 맛집을 찾은 소렌토와 나폴리,

기차 타고 힘들게 갔던 할슈타트와 몽생미셸까지 너무도 찬란한 여행을 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시절 함께 여행한 때를 생각하면

청춘 드라마 한 편 같아서 아련한 마음도 든다.


일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몇 주간 함께 여행한 사람들과 헤어지는 감정이 서툴렀다.

작별인사를 하고 인천공항 카페에서 혼자 먹먹해진 마음을 추스르고 집에 가곤 했다.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꽤나 익숙해졌지만

가끔은 내 인생에서 다신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한 여행이 서로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추억되기를 희망한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인데 이제까지 흘린 눈물이 알프스 지역 호수 하나쯤은 될 만큼

유럽은 나라는 한 사람의 성장기를 모두 담고 있는 곳임이 분명하다.


J의 청첩장 덕분에 유럽에서 보낸 모든 시간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의 여행은 오래전에 끝났지만 서로의 인생 한 장면으로 오래 남아있기를!






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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