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코, 입

패러다임 나의 프레임

by 김배우

내가 기억하는 세상이 어떤지 나는 알 수 있을까? 거울의 발명 전까지 물에 비친 모습 등을 제외하면 사람들은 나의 얼굴을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면경도 처음엔 지금의 거울이 아닌 청동이나 놋을 반질반질하게 만들어 모습을 반사하게 만든 것이니 말이다.


어떤 순간에 들려오던 노래, 기억 속 어느 장소의 냄새, 흐릿한 조명의 밝기, 처음 해본 생일 파티에 먹었던 돈가스의 맛.

나를 기억 속 어디론가 데려가는 나도 모를 뇌 속 어딘가에 저장되어있는 기억들은 지금의 나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맛으로 누군가는 음악으로 누군가는 냄새로 또 다른 누군가는 조명의 밝기 또는 분위기로 그 모든 것을 기억한다. 이것은 내가 외부에 존재하는 그대로의 현상을 해석하여 뇌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정도도 다르고 무엇을 선호하는지도 다르며 자라온 환경과 기억되어 축적된 정보에 따라서도 다 다르다.


분명 미팅 자리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서 전달해야 할 내용을 다 전달했고 그도 긍정의 끄덕임을 하고 돌아섰는데 업무가 시작되면 이견이 난무하고 이야기가 다르느니 하는 상황은 한 번쯤은 경험(?) 아니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만나기 힘들 정도로 비일비재한 일이 아니던가?




예술가로서 백종원의 마인드가 부러울 때가 있다. 처음 연극에 뛰어들면서 내가 세상을 느끼는 방식으로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 흐름대로 작품을 만들고 연기를 했더니 사람들이 박수를 치지 않았다.

처음 들었던 생각은 '니들이 예술을 알아?'였지만 나이가 들고 시간이 들며 나처럼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그러면서 백종원 선생의 입맛의 폭이 넓은 것이 부러웠다. 맛있다고 느끼는 폭도 넓지만 다양한 맛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10명 중 8명이 좋아할 맛을 찾아낼 수 있는 그의 마인드가 살짝 부러웠다. 나에게는 그런 눈이 있던가? 다양한 공연의 표현방식을 보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식의 표현을 나는 가지고 있는가?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그 지점에서 결국 나를 돌아보며 없는 것을 키워야지 라는 할 수 없는 자기반성 대신에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본다. 내가 느끼고 저장했던 감정을 더 깊숙이 파고들어서 그날의 분위기만 기억하는 대신에 그날의 맛, 그날의 향기, 그날의 빛을 모조리 꺼내어 2가지 이상의 공감각적 심상으로 연기하고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하겠다.

결국엔 원인을 발견하고 다시 원론이다. 엉덩이를 붙이고 다시 고민하는 것 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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