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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임 Apr 02. 2021

내보낼 것들을 내보낸 뒤에

허겁지겁 읽다 빚진 듯이 읽다 야금야금 아껴 읽다 기어코 책장은 미어졌다.

물건을 끌어안고 사는 편이 못 되는데도 이상하게 책만큼은 반드시 책의 형태로 소유하고 소장하고 싶으니, 책장이 살려달라는 시그널을 보내도 이북 ebook은 여전히 남의 얘기다. 불쌍한 내 책장. 안 되겠다. 엄두를 내보자!

테트리스 하듯 끼워(욱여) 넣은 책을 와르르 쏟아 펼쳐놓고 도로 꽂아둘 것과 아닌 것을 선별해 책장에게 숨통을 조금 틔워 주었다.


그렇게 내보낼 것을 내보낸 뒤의 후련함을 즐기다 문득, 멋들어진 노트북 안에 쌓인 나의 문장들을 생각했다.

폴더 속에 나란히 널린  불성실하게 새끼를 치는,  번은 와르르 쏟아내 먼지를 털고 애틋하게 어루만져 있어야  자리에 두고 싶은.

때깔 좋은 장비를 그저 이불 삼아 덮고 자는  이삼십 대의 편린들을 떠올리며 나는 다시 내보낼 것들을 내보낸 뒤의 후련함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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