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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임 Apr 01. 2021

샴푸의 요정

 나는 미용실에서 머리 감는 일을 좋아합니다.

깔끔한 단장, 혹은 멋진 헤어 스타일링을 위해 찾는 곳이지만 미용실의 백미는 역시 ‘샴푸라고 단언합니다.

어릴  엄마 무릎에 누워 있자면 머리칼을 사락사락 넘기는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처럼 머리를 남의 손에 맡기면 어쩐지 노곤하게 잠에 빠져드는 기분이 들어요.

특히 정성스러운 샴푸 과정은 입안에 침이 고일만큼 넋을 놓게 되는데  수만 있다면 매일 미용실을 찾아 샴푸만 받고 싶은 심정입니다.


  알맞은 온도의 물로 두피를 꼼꼼히 적시고(이때부터 벌써 몸이 녹진해지는 기분) 적당히 덜어낸 샴푸로 구석구석 충분히 거품을  두피를 꾹꾹 눌러내는  손길!

정확히 손끝에 힘을 집중해 강하지만 아프지 않은 적당한 압력으로 두피 마사지와 세정을 동시에 해내는 과정은 언제 경험해도  개운하고 상쾌합니다.

확실히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은 날엔 평소보다 기름이 지는 속도가 더디고 깔끔함이 오래 지속돼요.

 깔끔함이라도 흉내 내고 싶어 머리를 감을  꽤나 꼼꼼히 시간을 들여 보았지만 역시, 전문가의 결과와 만족도가 달라요. 미용실에서 샴푸를 받았을 때와 비교하면 평소에 내가 하는 샴푸는 애석하게도 '샴푸를 묻혔다 헹구는 행위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하루 대체 몇 명의 머리를(상상만으로도 손목과 손가락 마디가 욱신거리고), 계면활성제가 잔뜩 들어 있는 샴푸를 계속해서 묻혀가며 일하는 직원들의 고됨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숙련된 헤어디자이너의 멋들어진 스타일링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당신의 샴푸 기술에 이렇게나 만족하는 손님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작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샴푸가 끝나면 ‘정말 시원했어요하고 엄지를 들어보기도 해요. 그렇게 작은 감사를 건네곤 합니다. 이렇게 샴푸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구미가 당기네요.

언제  미용실에 들러볼까, 다음 샴푸를 기다리는 마음이 설레는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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