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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순 Feb 27. 2021

이런 사기꾼아 (2020년 마지막 글)

                                                                           

내가 이 공간에 우울하다고 말을 하는 것은 적어도 아직은 살만하다는 것이다.


언젠가 내 감정에 대해 말을 할 힘도, 글을 쓸 힘도 없어지게 된다면 그땐 진짜 벼랑 끝에 서있는 거니까 먼저 눈치채서 벼랑 끝에 서있는 절 낚아채 주세요.


감정에 무뎌지는 것 아주 익숙한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 특별한 감정 변화가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나도 집 바깥에서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가 있으니 순간순간의 감정의 환기 정도야 있었지만 넓게 봤을 때 새로운 감정을 느낀 적이 아주 오래된 느낌이다. 아 물론 감정 변화의 높, 낮음 정도가 심하긴 한데 그건 딱 두 가지의 감정일 뿐이다. 격양과 차분을 뛰어넘어선 울적. 이건 나조차도 감당이 안 된다. 어쨌든 새로운 감정 변화에 무딘 그런 나를 떠올리면 마치 오랫동안 방치된 집 안에 아무렇게나 놓인 두루마리 휴지 같다. 풀면 풀어지기야 한다마는 먼지가 날아다니고 쾌쾌한 기분 나쁜 냄새가 날 것 같은 그런.




사실 나는 생각이 그리 많은 사람은 아니다. 어떤 생각에 빠져들었을 때 오랫동안 곱씹는 집요한 면도 없고 한 가지의 주제를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그런 창의적인 면도 별로 없다. 그 와중에 억지로 그러다 보니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우린 우울과 울적함 이 요상스럽고 쾌쾌한 두 가지 감정들에게 종종 사기를 당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기분이 울적한 건 고작 이틀 전부터인데 마치 요 근래, 이 감정이 날 지배해버려 근 2주 정도는 이런 상태가 계속 지속된 것 같은 그런 사기. 나도 지금 그런 사기를 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또 웃긴 게 마냥 싫지만은 않다. 어쩌라는 건지는 당사자인 나도 잘 모르겠어서 타인에게 내 감정을 쉽게 말하지는 않는다. 특정 인물 몇몇을 빼고는 내 감정에 대해 말을 잘하지 않는 이유는 이 감정은 곧 또 다른 감정으로 바뀔 것이고 (끽해봤자 격양 아님 울적이겠지만) 그 변화의 빈도수가 높아서 당신이 어지러워하고 또 함께 함께 휩쓸려 버릴까 봐 괜한 걱정과 오지랖이 앞선 습관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 그리고 기억력도 좋지 못하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런 김에 뜬금없지만 노래 하나 추천할게요.                                              


이 노래 꼭 들어보세요. 예전에 소울메이트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드라마가 생각나는 노래에요. 그 드라마의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향수를 느꼈습니다.



누구는 나보고 이런 노래만 들으니까 우울하지 하던데

나 블랙핑크 노래도 좋아하거든.



이제 올해가 고작 한 달밖에 안 남았다.


지옥 같은 시간들이 우리 모두들에게 골고루 퍼진 한 해였을 텐데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이 한 달마저도 무탈하고 평안하게 보내시고 자주 종종 웬만하면 거의 내내 행복하세요. 그 행복이 뭔지는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이제 잘 모르겠지만 자주 웃고 푹 자고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그게 행복이겠지요.



그렇게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던 2020년이었는데 막상 끝이 다가오니 도망가고 싶다.                                              

#다들 도망가잣~!

#뛰어라 뛰엇~!

#시간이 쫒아온다~!




핀터레스트에서 모셔온 사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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