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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닝 Jan 24. 2023

이들의 유난함이 세상을 변화시켰나

토스팀의 승리의 이야기, <유난한 도전>을 읽고

<유난한 도전>. 토스팀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읽고 작년 2월 작고하신 고(故) 이어령 선생이 생각났다. 위대한 지성으로 평가받는 그는 살아 생전 김지수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고 말했다.


나는 소유로 럭셔리를 판단하지 않아.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네.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럭셔리지.

똑같은 시간을 살아도 이야깃거리가 없는 사람은 산 게 아니야. 스토리텔링이 럭셔리한 인생을 만들어.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p.153)


이 말을 빌려보자면 <유난한 도전>은 참 럭셔리한 책임에 분명하다. 여기에는 토스팀의 이야깃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던가. 지금 유니콘이 되어버린 그들의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지금의 결과물은 '승자'의 그것과 닮아 있다는 점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건 평가를 떠나, 나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점만으로도 경제/경영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제목의 말마따나 이들의 유난함은 도전이었다. 이 제목에 도전을 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이들의 유난함이 세상을 변화시켰나?라고 물으면 나는 독자로서 10년 간의 역사를 어떻게 평가내릴 수 있을까?




좋은 제품이란 무엇인가 - 토스팀의 고민의 줄다리기


메이커로서 가장 많이 고민하지만,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이 바로 '좋은 제품'에 대한 정의가 아닐까 싶다.

만드는 입장에서도 실제로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부분이 이 단계일 거라는 생각도 하고.


"현대의 기업인은 과거의 상인이고, 상인이 존재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풍요를 공급하는 데 있다. ... 그런데 이승건은 거꾸로 '내가 당신들의 삶을 이렇게 바꿔주겠다'며 아무도 원하지 않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 연이은 실패의 이유가 비로소 명백해졌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창업했는데, 알고 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해서는 성공할 수 없었다." (p.29)
"투자받았다고 끝이 아니고, 고객으로부터 계속 선택받지 못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p.31)
"고객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로, 우리끼리 생각하는 '좋은 제품'에 대한 기준만 높았던 거예요.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걸 보고 나서야 이 제품이 사용자들에게 본질적인 가치를 준다는 걸 알 수 있었죠. ... " (p.134)


제품도 결국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두번, 세번 깨닫는다. 다만 성장과 사용자 경험 간의 간극을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좁혀나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것이겠지만.

토스의 성장은 그저 제품을 '단순하게(심플리시티) 잘 만드는 데' 있지 않았다. 세상에 기여를 하고, 삶을 바꾸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말만 했던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것이 정말 고객들이 원하는 것인가?'를 끊임없이 증명해가는 과정을 거쳤다, 빠른 서비스 출시와 실패, 포기, 재출시의 반복으로. 지표로. 발로 뛰는 영업으로. 사용자 반응으로.


많은 브런치에서 인용되고 PO들이 참고하는 토스의 제품 원칙(Product Principle)역시도 '성장과 사용자 경험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p.197)'끝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 - 이들이 곧 토스팀의 자산이다


<유난한 도전>에는 토스팀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받는 챌린지들이 나온다. 이는 프로젝트의 진행 단계이든, 사람 대 사람이든, 대내외적이든, 수많은 곳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때마다 해결하는 것은 사람이다. 결국 이들이 토스팀 자체의 '자산'인 셈이다.


참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자가 가진 역량과,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용기'였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밀어부칠 수 있는 용기, 뚜렷한 주관과 자신감이 기반이 된 용기. 욕먹을 용기. 그것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데 또다른 무기가 되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단순히 무기만 가진 게 아니었다. 관행을 바꾸려 노력하고, 미션과 동기에 얼라인되어 몇 차례의 성공까지 이끌어낸 사람들.


[이승건]
하지만 대표가 욕먹는 것을 보니, 그래도 제대로 하는 모양이었다. 경험상 적이 없는 나이스가이는 그 어떤 것도 스스로 결정하는 법이 없는 무능한 사람이었다. 판을 흔들어 무언가를 바꿔보려는 혁신가는 적이 많았다. 김유리는 욕먹으면 욕먹을수록 날카롭고 단단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p.115)
[홍민택]
개발자 숫자가 많은 은행이 아니라, 은행을 운영하는 '개발조직'을 만들겠다는 홍민택의 고집은 누구도 꺾지 못했다. 주주사로부터 '모든 게 비바리퍼블리카 위주로 돌아간다' '배타적이다'라는 오해를 사는 계기가 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홍민택은 오로지 제품을 만드는 메이커들의 문화가 제대로 작동하는 은행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했다. (p.245)
[이승건 > 김유리]
유리님, 지금 이 미팅룸을 나가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유리 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할 겁니다. 인생에서 개인을 정의내리는 순간이 드물게 찾아오는데,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이에요. 어려움에 빠졌을 때 도망가면 끝까지 실패자가 되는 거고요, 털고 일어서면 어려움 끝에 승리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으세요? (p.136)


늘 용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항상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미움받을 용기를 마음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런 사람들이 리더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읽은 것만으로도 또다른 자극이 되어 내게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다.






유난-하다 [ 유ː난하다 ]
- 언행이나 상태가 보통과 아주 다르다. 또는 언행이 두드러지게 남과 달라 예측할 수 없는 데가 있다.


다시 앞선 질문으로 돌아가서, '이들의 유난함이 세상을 변화시켰나?'라는 물음에 나는 무어라 답해야 할까.

남들과 다른 시각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이들의 유난함에 대해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나는 박수를 보낸다.


어떤 한계에 닿을 때마다 토스팀은 언제나 '왜?'라고 물었다. 공인인증서 없는 송금은 왜 안 돼? 핀테크 스타트업은 왜 직접 투자와 여/수신 서비스를 만들 수 없지? 스타트업은 왜 대기업 사업부를 인수하면 안 될까?
토스는 지금껏 '왜?'라는 질문으로부터 혁신을 길어올렸다.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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