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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치아 Sep 03. 2021

INFJ-t 엄마가 ESFJ-t 딸을 키우는 법

내 뱃속에서 나왔다고 나랑 닮을 줄 알면 오산인 걸 알았지만

2021년 1월 8일 이후로 우리나라 민법 915조 '부모의 징계권'이 삭제되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것이 '불법'이 되었다.


사실, 법의 개정 이전에도 체벌은 교육적 효과가 없다며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사랑의 매'같은 헛소리 집어치우고 아이들에게 훈육만 하라고,

'생각하는 의자', '타임 아웃' 등의 벌칙만 할 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하였다.


하지만, 꿀밤 한 대, 등짝 스매싱 한 대, 궁둥 팡팡 한 번 안 하고 키운 부모가 과연 있을까?


그렇다고 "난 나쁜 부모!" "난 범법자!" 라며 자신을 너무 책망하지 말자.


내 25년 정도 자책하며 살아봤더니 인생 피곤해지기만 하고 나아지는 건 1도 없으니 말이다.


다들 무단횡단도 한 번씩 하고,

운전하면서 안전거리 지키며 운전하는 사람 난 여태 운전경력 20여 년 간 한 번도 본 적 없다.

다들 살면서 사소한 범법은 저지르며 사는데

아이의 체벌은... 사소한 범법은 아닌가...


여하튼 아이를 키운다는 건, 수많은 인내와 인내와 인내가 필요한 일인데


본인은 본성이 악하고, 참을성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 아이는 예뻤다.


정말 똥을 싸도 예쁘고, 걷기만 해도 대견하고, 무슨 말을 해도 천재 같고.

물론 잠잘 때가 제일 예뻤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몹쓸 짓 많이 했다.


몹쓸 짓을 여기다 다 쓰면 경찰에 신고당할까 봐 다 못쓰겠다...




지금이야 세상 인식이 바뀌었지만


내가 결혼하는 2011년만 해도 33살에 결혼하는 날 보며 '노처녀'라 했다.

늙어서 결혼하니 빨리 애 낳으란 얘기를 듣고

난 결혼 3개월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자 그때부터 병원에 다니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날을 받았다.

뭔 유난이냐 하겠지만,

그때는 노산이라 아이가 생기지 않을까 양가 부모님이 드러내 놓고 걱정하실 정도였다.


다행히 결혼 6개월 만에 아이가 생겼고,

아빠를 꼭 빼닮은 딸아이가 태어났다.


그리고 그 딸은 외모만 나와 다른 게 아니라

성격도 나와는 많이 다르다.


왜 아이들은 부모의 닮지 않았으면 하는 면만 꼭 빼다 닮는가.


딸은 외향적인 성향의 아빠를 닮아 E(외향적)이나


나의 감정적인 성향 F, 꼼꼼히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을 보내는 J 성격마저 닮다니

신경성이 높아 많이 불안해하고 걱정이 앞서는 -t 성향까지 닮아버렸다.



MBTI 성격 이론 중 "소통"과 관련된 유형이 바로 "N"과 "S"다.


난 상상력이 풍부해 언뜻 몽상가로 보이는 아들과 같은 'N'성향과는 말이 잘 통하지만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현실적이 것 외에는 모두 비현실적이라 격하하는 'S' 성향의 딸과 남편과는 대화가 잘....


그나마 어른인 남편과는 서로 대화에서 배려하고 조심하는 부분을 서로 알기에 조율이 되지만


딸과는 영 대화하다 싸움이 되기 십상이다.





43살 엄마와 10살 딸은 오늘도 서로 내 말은 안 듣는다고 불만이다.


초등시절 친구 집에 놀러 가 본 경험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엄마는

매일 같이 7시까지 놀이터로 다른 친구 집으로 놀러 다니는 딸에게 일찍 들어오라 잔소리하고


딸은 엄마에게 우리가 합의한 것에 집중하라며 따박따박 옳은 말을 해댄다.


오늘은 친구를 집에 불러와 자기 방에서 몇 시간 째 나오질 않고 있다.


그래서 간식을 준비해 문 앞에서 노크를 하니 딸이 고맙다고 뽀뽀를 해준다.


... 그래, 이만하면 성공한 인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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