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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치아 Sep 13. 2021

대한민국 국민인 게 자랑스럽다.

백신을 맞고 재난지원금으로 장을 봐오면서 차오르는 국뽕!

배경화면 출처 - 다음 웹툰 <이토록 보통의>


드디어 코로나 19 예방접종을 맞았다.



아무리 정부에서 "가장 좋은 예방접종"은 "제일 빨리 맞는 접종"이라며 홍보하고

백신 종류마다 예방률의 차이는 무의미해도 아스트라제네카는 만 50세 이상만 맞도록 조정해가며

부작용에 대한 여러 걱정들을 무마하려 해 봐도


이미 아주머니들 사이에선 부작용 괴담이 흉흉하게 돌고 있기에 일부러 접종을 안 맞는 사람들도 많지만

난 늘 맞고 싶었다.


뭐랄까, 직장인들이 다 맞는 걸 보면서 난 직장인은 아니지만 그들 사이에 소외되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있었다고 할까, 접종을 맞아야 사회의 일부분이 될 것 같은 나 혼자만의 기준 때문이랄까,

딱히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진 않지만

내 공무원인 동생들과 사기업에 다니는 시댁 식구들 모두 접종을 하고 우리 부부만 안 맞고 있었기에

난 잔여백신 조회도 열심히 눌러가며(물론 늘 예약은 뺏겼지만) 접종을 원했고

드디어! 오늘! 화이자로!!!


내가 사는 곳에선 여러 병원에서도 (소아과 내과 등등) 백신 접종을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예방접종센터는 시립체육관이다.


기다리는 게 싫어 제일 빠른 시간으로 예약하고

예약 시간보다 30분은 더 먼저 갔는데도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100여 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예진표를 작성하고(예진표 작성하는데 왜 이리 관리하는 아저씨가 와서 동의 표시 잘하라고 윽박지르고 확성기에 대고 이거 제대로 안 하면 줄이 밀린다는 둥 사람들한테 일장 연설을 하시던지...)


의자에 앉아 기다리려니

앞줄에 앉은 사람이 일어나 체육관 건물로 들어가면

의자에 앉은 사람들도 앞 줄에 앉은 의자로 옮겨 앉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통제했는데

내 앞 칸에 앉았던 아저씨의 체온이 엉덩이로 전해져 와 이 또한 좀... 그랬다.


얼마나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던지 내 앞의 100여 명의 사람들이 5분 만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나 또한 예진표와 신분증을 다시 한번 확인받고

아마 군 복무로 온 보건의로 보이는 어린 의사한테(내가 부스에 들어가니 폰으로 카톡 보내기에 정신없었다.) 다시 한번 예진표를 확인받고 예진표에 보건의가 도장을 찍어주면


그 예진표를 가지고 드디어 접종을 받는다.


아무리 10월 초라도 오늘 좀 더웠는데

예진표 검사하는 보건의까지는 반팔을 입고 있었으나

접종을 하는 의사는 온몸을 덮는 방호복에 마스크에 다시 플라스틱 마스크 실드까지 쓰고 있으니 엄청 더워 보였다.


주사는 정말 1도 안 아프다.

주사를 놓을 때마다 의사나 간호사가 하는 "따끔해요"하는 말은 이번에도 들었으나

전혀 따끔하지 않고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새"에 끝난다.


끝이 나면 접종 후 반응을 보는 대기 장소에 가서 기다려야 한다.



사람들이 기다리는 의자 뒤에 초시계가 달려있어 군인과 공익근무 혹은 보건소 쪽 근무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례대로 안내하고 내가 앉자마자 15분 알람을 맞춰준다.


15분 동안 멀뚱멀뚱 있다가

건물 밖으로 나오니

접종 대기 줄이 훨씬 더 길어져 있었다.

역시 아침 일찍 오는 게 최고군, 하고 햇살이 내리쬐는 길을 걸으며


보이는 약국에서 '이부프로펜'류와 '아세트아미노펜'류의 진통제 두 종류도 재난 지원금으로 사고

마트도 들러 재난 지원금으로 간단한 먹을거리도 샀더니


행복해졌다.

남편의 이직이라던가

내 현재 수입의 부재라던가

현실의 고민들이 순간 잊히고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감탄하고 감동하고 다시 한번 감사했다.


내가 이렇게 단순한 사람이다.

그리고 어쩌면 대부분 사람은 이렇게 단순할 것이다.

이를 알기에 나라는 빚을 내어 국민들에게 푼돈의 재난지원금이라도 쥐어주려 그렇게 노력했나 보다.


이 감사한 마음과 행복을 지금 이 순간 누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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