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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e Aug 25. 2016

강아지는 어떻게 반려견이 되는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 강아지들에 대해..

태어난 지 2달 된 강아지를 데리고 와

먹이고 입히고 재우면서

4년이 지났다.



 우리 강아지는

 

이 한국땅을 떠나고 말겠다는 나를 대신해

집에 온기를 더해주고

늦은 밤에 부모님의 퇴근길도 반겨줄

새로운 가족,

정말로 '천사'같은 존재가 되어주었다.




어느새 어려운 딸이 되어버린 내가

방문을 닫고 들어가도


아빠에게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었고

엄마에게

 20여 년 전 나를 향했을

어리고 연약한 눈빛을 되살아나게 해주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 사이에 스멀스멀 생겨나고 있었던 빈틈이

따뜻한 온기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의 '취업준비'가 점점 길어지고


늦은 밤 피곤한 몸을 집으로 이끄는 부모님의

내려앉은 어깨가,



그 길 끝에서도 부모님을 반겨줄 수 있는 것 역시

내가 아니라는 부끄러움이,




점점 더 말소리를 죽이게 하였다.


부모님이 자리를 비우신 후,

채 온기가 가시지 않은 텅 빈 자리, 텅 빈 공간




그 곳을 나는 버틸 수가 없었다.

오로지 우리 강아지만이

목격자인

외로운 곳이었다.




결국 나는,

독립적인 성인이 전혀 되지 못한 채로 독립을 선택했다.



나는 정말로, 우리 강아지와 잘 지내겠다고 다짐했었다.

새로운 내 집에서,

내가 버는 돈으로,

내 생활에 강아지가 있었으므로

독립을 시작했을 무렵부터 강아지 사진은

내 컨디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강아지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편안함이 점점 소중해졌고  

그럴수록 사랑이 커졌다.


너무 짖어서 시끄럽다. 내가 너무 바쁘다. 그런 말은 내 생활에 강아지를 완전히 포함시키지 못하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 강아지를 대신해서
이웃에 인사를 하고 좋은 표정으로 양해를 구해야 하고
시끄럽게 짖지 않게 교육에 공을 들여야 한다.
집안을 어지럽히는 게 싫다면 매일 하루에 30분씩 산책을 시켜줘야 하고
대신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면 여행도 포기해야 한다.



나는 강아지에게
나를 이해하느냐고, 나에게 건네는 위로가 너무 작은 것이 아니냐고 하지 않는다.
강아지는 나에게
왜 반가울 때 엉덩이에 코를 박으며 인사해주지 않느냐고,
어떻게 나의 영역에 한쪽 다리를 들어 표시를 남기지 않고도 안심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묻지 않는다.

내가 진실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게 된다.

-에리히 프롬

에리히 프롬은 연인간의 사랑을 이야기한것이겠지만

진실로 반려견을 사랑하는 것 역시
모든 동물을 사랑할 수 있게 하고 자연을 사랑하게 하고 그 일부인 나를 사랑하게 한다.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이기심을 버리고 인간이 자연에 우위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게 해준다.

다른 무엇을 대신할 사랑의 객체가 아니라,

상대방으로 그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애견인이 되는 것은
환경을 보호하고 이웃에 대한 예의 지키는 것을 포함한다.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 지는 게 아닌가 걱정을 했던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관계보다 강아지가 더 중요해지고

그런 강아지와 함께 하기 위해 기꺼이 포기하는 것이 점점 많아지고

몇 번인가 이유 없이 강아지 생각을 하다 눈물이 터져버리는 것이

두려웠었다.

하지만

내 결핍을, 내 외로움을, 강아지가 대신 채워주길 바라지 않으며

그저 내 몫에 최선을 다 했을 때,

그는 그의 모습대로 내 곁에서 한결같아준다는 것을 볼 때면

나는 이렇게

인간을 두렵게 하는

강아지에 대한 큰 사랑을

거부할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부디  

내가 내 사랑에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랑의 모습을

그들의 방식대로

바라봐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바라는 대로

되기만 하면

나는 강아지와 그리고 사랑하는 부모님과

오래오래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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