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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원 Khan Lee Jul 30. 2020

미네르바스쿨은 어떻게 한국에서 VC투자를 받게 되었나?

2편 - 인사동 길모퉁이에서 인생 최고의 투자를 꿈꾸다

잠이 쉬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응당 그래왔듯이 평이한 하루의 끝자락에서 뭐하나라도 건져보려고 던 핸드폰을 뒤척여본다.


"미네르바스쿨", "2% 합격률",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힘든 대학", "강의실과 도서관이 없는 학교", "7개 도시에서의 캠퍼스 생활"


"미네르바스쿨? 재밌어보이는 걸?"

결국 그날 밤 나는 웹사이트를 뒤지다가, 예상보다 늦게 자기 직전 교육과 해외 스타트업 동향에 관심이 많은 인배형에게 sos를 치고 말았다.


아침에 답이 왔고, 역시나 내 바램섞인 촉에 부응하듯 구세주 인배형은 항상 언제나 그래왔듯이,

"미네르바스쿨"이란 곳 또한 이미 알고 있었고, 인배형의 소개를 통해 창업 멤버이자 마케팅 총괄 임원인 Robin에게 연락이 되었는데...(Thanks to Inbae)


(창업자 Ben이 담주에 서울에 온다구?? 이거 실화임? ㄷㄷㄷ; 어머 이건 꼭 만나야해의 느낌적인 느낌?)


미네르바스쿨의 창업자이자 CEO인 Ben이 마침 담주에 서울에 온다는 믿기기 힘든 얘기를 듣고, 곧바로 혼신의 힘을 다해 장문의 메일을 쓰게 되는데...


(이메일 전문 내용 - "나는 교육쪽에 관심이 많고, 투자를 Blah Blah Blah...암튼 됐고 빨리 담주에 한번 봅시다.")


1시간 이내에 회신이 왔고...


"Hi Khan, I could do lunch tomorrow or I am relatively flexible over the weekend. What would work for you?" (내 영어 이름은 Khan...더 이상의 설명은 여기서는 생략한다 ㅎ)


그 다음 날, Ben과 나 (또는 Khan)은 그리하여 서울 한복판에서 졸지에 점심을 먹게 되었다.


장소는 안국역 발우공양. 나름 고기파인 내가 유명한 사찰음식점을 그냥 알리는 없고, 국민 검색창에서 "강북", "외국인 점심 식사", "분위기 좋은 곳" 등을 검색 후 꽤나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찾은 곳에서 우리는 만나게 되는데...


장신 거구의 한 남자가 썬글라스를 낀 채 들어왔고, 우리는 인사를 했고 주문 후 전채가 나오기도 전에 대화를 시작했다.

이 아저씨가 바로 Ben Nelson, 미네르바스쿨의 창업자이자 쎄오

"왜 한국에 왔어요?"

"매경 세계지식포럼에 연사로 초청되서 왔는데, 마침 우리가 서울에 캠퍼스가 있기도 하니 학생들도 보고 다른 학교 관계자 들도 만날겸 왔어요"


애초에 예정되었던 1시간 반을 훌쩍넘겨 2시간 반이 넘도록,

우리는 다양한 얘기들을 쉬지 않고 나눴고, 말미에 나는 Ben에게 마음을 터놓고 화두를 던졌다.


"나는 7년이라는 휴학 기간 끝에 남들보다 늦은 26살이 되서야 다시 학교로 복학했는데,

그 시절의 나는 세상이 교과서대로만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 정도는 이미 경험한 채로,

그 때의 나는 어떻게하면 너무나 불확실했던 미래를 살아가는 데 지침이 될 수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숱한 고민들을 했지만, 그것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커리큘럼이 구축되어 있지는 않았었어.

그래서 나는 경제학과에서 전과를 한 후, computer science, 사학, 그리고 철학 수업들을 들어본 후,

결국 앞으로 모바일 혁명으로 인해 촉발된 급변하는 시대 속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을 가치, 성숙한 시민의식, 그리고 논리적 사고방식을 갖출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고,

이에 맞는 커리큘럼을 최대한 구상해서 최대한 학사학위의 틀 안에서 자가 학습을 한거였지...

만약 그 때 Minerva가 있었다면, 아니 Minerva가 표방하는 critical wisdom (중대한 지혜)을 쌓을 수 있는 체계적인 학교와 수업방식이 있었다면, 과연 내가 내 인생을 그렇게 돌아갈 필요가 있었을까...?"


Ben과 헤어진 후, 인사동 쌈지길을 홀로 걸으며,

나는 지난 내 20대 초중반을 반추해봤다...


거칠게 없었던 나이, 꽤나 강렬하고 치열했던 스무살 2005년 어린 날 창업의 추억, 작은 성공과 큰 실패, 마음의 빚의 무게는 결코 금전적인 빚의 무게보다 가볍지 않음을, 흐린 군 생활의 기억, 사랑, 친구들보다 시계열의 기준에서 뒤쳐짐에서 오는 초조함과 불안감 그리고 열등감,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얼굴 나이에 변함은 없고...OTL)


2011년 백수이자 25살 1학년 휴학생이었던 시절, 유난히도 눈이 많이와서 몸과 마음이 추웠던 겨울에, 임시적 가장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던 그 때 그 시절...


(꽤나 괴팍하기 그지없는 그 때의 독서 습관은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인생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자각에서 오는 불안감과 초조함을 줄이기 위한 본인 나름대로의 발버둥이 아니었을까...?)

창문 밖에는 함박 눈이 내리고, 머리가 지끈 거릴 때마다 창 밖을 내다보며 머리를 식히며 한 권, 두 권 밑줄을 긋고 접어가며 읽어갔던 책 들.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 언젠가는 쓸 때가 있겠지"하며 읽어내려갔던 그 수많은 책들, 그리고 지면 너머에서 얻었던 형식적 그리고 암묵적 지식들이,


제도권 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사회적 기대치를 충족시키면서,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경제적인 부담이 없이 이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과거 이십대의 나는, 이를 얼마나 부러워했을까...?)


감상에서 비롯된 감정의 폭풍 속에서 난 핸드폰을 열고, 쌈지길 여정의 말미에서 인배형에게 전화를 했다.


"형, 아무래도 이건 제 인생을 영하는 최고의 투자 같아요. 이런 투자를 하려고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나봅니다."


이렇게 미네르바스쿨에 대한 국내 VC의 투자는 시작되었다...

물론 Ben을 설득하기 위한 이유는 조금은 달랐었지만...


"Ben, after having a conversation with you for long, I have an unreasoned or yet unexamined feeling that Minerva could go really, really, large with the greatest impact in the field at the level we've never seen before. Korean students should have the equal chance, and I wanna make sure they do. So, let me have the chance to participate in the round you will be creating for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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