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unny May 17. 2023

돌아보기(2) 원칙과 태도

활동을 하며 느낀 원칙과 태도에 대해 써두자. 

시간이 더 지나 잊혀지기 전에 배운 것을 잊어버리기 전에 써두고 돌아보기로 한다. 활동을 하며 나는 스스로가 사회적 존재이며, 이 안에서의 역할에 대해 참 많이도 고민했던 것 같다. 


내가 소위 말하는 "활동"이라고 하는 것을 시작한 것은 2015년 사이랩 활동이 시작이었다. 이 "활동"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일"과는 조금 다르다. 돈이라고 하는 가치 외에 다른 기준으로 책정되어 스스로에게 그 행동들이 더 의미있게 느껴지며 그 행동들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믿음 아래 이루어지게 된다. 그 이전의 나는 사실 손해되는 행동을 좋아하지 않았고, 나를 성장시키고 경쟁력있는 사람이 되어 잘 먹고 잘 사는데 더 관심이 많던 사람이었던 것같다. 사이랩 활동도 처음에는 그런 맥락이었다. 교육을 받아 더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때 내가 끌렸던 키워드는 역사배우기, 글쓰기 등 이었다. 


실제로 배운 것은 내 삶을 변화시킬만한 원칙과 태도들이었다. 

사이랩에서 배운 것은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세상과 내가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를 알고, 세상을 알고, 나와 세상이 연결되어야 한다 는 것이 프로그램의 기본골조였는데  한편으로는 이것을 배워야 하는 것이었구나 하는 충격이 있었다. 왜 우리는 이런 것을 배우지 못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여전히 나를 알고 세상을 알고 연결된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 원칙이 마음에 새겨진 후로는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이 3가지에 대한 문장을 매번 되새기고는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던가, 지금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지 그럼 나는 뭘해야하지 하는 생각의 흐름이 생겼다. 나는 개인적인 일상을 영위하지만 사회적 존재임을 잊지 않기로 하자. 


그리고 이 안에서 흥미로웠던 경험은 어떤  공동체안에서 나의 이야기를 나눈다는 행위였는데, 가족 외에 명확히 친구로도 정의되지 않는 어떤 그룹 안에 속하여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그 시절의 내가 방황하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프로그램 안에서 아주 사소한 이야기부터 깊은 이야기까지 스스로가 허락하는 안에서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것이 주는 기쁨에 대해 배웠다. 


청정넷에서는 "참여"에 대한 경험이었다. 

"사회"에 참여한다고 하는 것에 대한 경험이 가장 컸다. 사이랩에서의 경험을 사회에 확산시키고 싶었는데 이 때 알게 된 것이었다. 나는 청정넷을 처음에 알게 되고 이것을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참 어려웠던 것 같다. 제도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웠고, 단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세상에 존재한 적 없지만 앞으로는 존재해야 할 어떤 것이라고 거대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보기보다 의미를 찾는 것에 집착하는 편인데, 청정넷은 그런 지점에서 참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기존의 사회규칙에 얽매이지 않으며 사회와 세상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인식하고, 그것이 "사회"의 규칙이 되게 하는 "제도"였다. 사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진보와 보수가 지금 우리 사회에 정말 의미가 있는 것인지, 우리 사회의 구조가 이대로 괜찮은지 여전히 삐그덕거리는 날이 많지만 우리들은 여전히 이곳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사회제도에 반영하는 것이 내가 이곳에서 경험한 "참여"였다. 참여자에서 실무자로서 포지션을 바꾸고 함께했던 과정들 모두에서 나는 이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사회적 가치는 변화할 것이고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는 이 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되어야만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우리는 사회에 참여해야만 하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방향일 것이라 생각한다. 변화하는 기준과 가치에 우리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것.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일 아니던가. 시민의 참여가 더 나은 삶과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나는 앞으로 이 이원칙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이 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의 명망있는 전문가들이 이를 분석하고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를 정의하는 것은 누구인가. 이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누구에게 허락되어 있는가. 이것이야말로 시민의 역할이자 권리이자 의무인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이 나에게 남아있다. 시민의 질문이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가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한다. 

다양성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고, 우리가 얼마나 특정 형태의 사람들에게 집중해왔는지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해치지 않고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거대한 사회구조 안에서도 우리 주변의 작은 공간들 안에서도. 


이렇게 돌아보니 활동의 경험이 나를 사회적 존재로 성장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작가의 이전글 돌아보기(1) 다시 글을 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