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시즌 2&3 후기
나는 연례행사처럼 문장줍기 이벤트로 블라인드북을 준비하곤 한다. 보통 블라인드북은 책의 문장만 보고 책을 골라 사는건데, 내가 파는 건 아니고 포장해서 책 선물을 주는 이벤트다.
2020년 말에 피드백을 받고싶어서 블라인드북을 했던게 첫 번째였고, 헤이버니와 2021년 10월 말에 진행했던 이벤트가 두 번째, 그리고 이번 생일에 세 번째 블라인드 북이었다.
두 번째 이벤트 후기를 꼭 쓰겠노라고 마케터님과 약속을 했는데, 그때의 후기까지.
두 번째 블라인드북은 국내외 뉴스레터 구독 솔루션 헤이버니와 진행했었다. 헤이버니 마케터님이 7월즈음 컨택을 했고, 8월에 인터뷰를 진행을 했었다. 이벤트 자체는 9월 이후 해보자고 기약했었다. 우리는 많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줌 미팅을 했었다.
사실 첫 번째 이벤트를 하고 깨달았다. 이벤트 수급–책 구매–포장–발송이 너무 힘들었고 돈도 예산초과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배송비가 엄청나게 많이나왔다. 본 상품비용이 10만원이면 배송비가 4만원이었다. (회삿일을 이렇게 했으면 혼났을듯.) 백수니깐 했는데, 다 진행하고 나서야 포장을 하는 거 포기한다면 "교보문고 선물하기"기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앞으로 절대 내가 포장/배송 안 한다 생각했었다.
사실 나는 이번 이벤트를 할 때 그냥 가볍게 하고 싶었는데, 그분이 먼저 자신은 블라인드북을 받았을때의 기분좋은 경험을 전달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주셨다. 너무 고생스럽지 않겠냐 했는데, 포장하는 내가 후회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꼭 해보고싶다고 하는 마음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어쩐지 어제 읽었던 이연실 저자의 에세이 쓰는 법(편집자로서 에세이가 잘 되도록 하는 모습)이 생각났다.
"이벤트 운영하기 힘들지 않으시겠어요?"
“이왕 할 것 제대로 하고싶어요. 물론 이걸 포장할 다다음주의 저는 힘들겠지만요, 그래도 하고 싶어요.”
"원고에 좀더 헤이버니의 색깔이 드러나는게 좋지 않겠어요?"
"억지로 하기보단 문장줍기가 드러낼 수 있는 색깔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게 더 좋을것 같아요"
마케터님은 포장하고 싶은 모습을 이리저리 레퍼런스 찾아 나에게 보여주고, 뉴스레터 원고를 이런 식으로 하면 더 좋은 표현이지 않을까 하는 조언을 듣는 것도 좋았다. 단순히 자사 서비스를 돋보이게 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이벤트가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그러면서도 내 뉴스레터의 고유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주는 점이 좋았다. 협업조건이 딱 이벤트만 진행하는거고, 나에게 콩고물은 안 떨어지는 대가성 일이 아니라 귀찮을수도 있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좋았다.
당시 소개했던 뉴스레터는 내가 자주 보는 뉴스레터 + 헤이버니 소개 -> 헤이버니 가입자 중 당첨자를 인증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나에게 결이 맞는 내용으로 잘 정리되었다.
그렇게 나온 포장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예뻤고, 내가 만드는 블라인드북은 앞으로 포장이 없다는 생각이 굳혀졌다.
함께 만듦새있는 이벤트를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었고, 나는 문장줍기만은 사이드 이벤트로 하고 싶었는데, 함께 이벤트를 달려가는 러닝메이트같았다.
지금까지는 본업에서 너무 협업을 많이 해서 문장줍기는 무조건 혼자 운영한다고 생각했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건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산뜻하게 누군가와 함께하면서 배우는 점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담당자님이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디테일을 추구하는 점에서 그 즈음 읽었던 이연실 작가의 에세이 쓰는 법의 아래 문장과 겹쳐졌었다.
나는 지금도 일간지 보도자료는 회사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레이저 프린터 앞에 앉아 (....) 총천연색 보도자료를 기도하는 마음올 세팅해 보낸다.
블라인드북 시즌 2 Lesson Learned
-마케팅 요소라면, WOW를 외칠 만한 디테일 요소가 필요하다.
-협업은 꽤 즐거운 경험이다. 이벤트를 다듬고 우리가 어떻게 만들지 맞춰가는 경험도 꽤 즐겁다!
-일에 디테일을 지키면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도 감동을 준다.
-헤이버니 이지원 마케터님은 디테일 끝판왕. 정말 고맙습니다.
반면 블라인드북 시즌 3는 "아.. 생일인데 진짜 좋은일이 하나도없냐. 이벤트나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했고, 충동적인 마음으로 진행한 내돈내산 이벤트였다.
준비하기 직전의 마음을 적은 글은 여기 있다.
https://brunch.co.kr/@whaleyeon/106
진짜 번개불에 콩구워먹다시피 해서 이벤트 준비기간은 주말이었다. 2주 전 미리 공지하고 > 생일 주간 호에 공지를 위해 책을 골라 단가를 계산한뒤 설문지를 만들어 공지하고 > 2주간 받아서 이벤트 마감날 사부작사부작 문장을 골랐다.
세 번째 블라인드북은 정말 내돈내산이었다. 남편한테 이런 이벤트 한다고 했을때 "너 생일에.. 너가 왜 선물을 하니?"라면서 어이없어했고, 용돈을 시원하게 날렸다.. 이번엔 딱히 협찬이 없었고, 교보문고 결제하기까지도 내돈내산이었다. (그리고 나는 교보문고 선물하기 기능을 쓰면서 20번을 로그인해서 짜증을 냈다...)
최대 9분에게 20만원 정도 주면 되겠다, 구글 폼으로 인생 문장을 보내주면 끝. 피드백이나 코멘트는 덤. 구독 기간이나 피드백 안 보고 무조건 문장으로 뽑아야지. 했던지라 이거 아무도 참가 안하는 개꿀 이벤트 아니야? 했는데 이번 이벤트에는 59개의 문장이 모였고, 문장들이 진짜 다 무척 좋았다.
이벤트 준비하는 과정 중에 이걸 선정하는게 진짜 오래 걸렸다. 나름의 선정 기준은 "내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었는데 진짜 다 너무 좋아서 어떻게 뽑으란 말인가 싶었다.(좋은 투정이다) 겨우겨우 하나 더 늘려서 열 개를 썼더랬다.
Lesson Learned
-인생문장 + 블라인드북 이벤트는 연례행사처럼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너무너무 재밌었다. 내년에도 문장줍기를 한다면 말이다.
-서점 선물하기 기능 나쁘지 않은데 다량구매하면 너무 어렵다. 실패할까봐 걱정하면서 안내 메일 썼는데, 다들 열심히 등록해서 무사도착한 것 같다.
-다음에 백일장 해도 재밌겠다. 책바에서는 빌보드차트 하고 투표를 받는데 혹시 독자 참여형으로 할 수 있나 생각도 해보고 하반기에 한번 더 하면 백일장으로 해봐야지.
블라인드북은 내가 읽었던 책 중 "다른 사람 선물로 주고 싶은 책"을 고른다. 그래서 이건 안 봐도 비디오다, 너무 좋겠다 싶은 책들도 실제로 다 못읽어서 선정하지 못했던 경우도 많다.
시즌 1
https://brunch.co.kr/@whaleyeon/76
그 당시엔 힘이 나는 피드백을 주신 분들을 골라드렸다.
-조안나, 슬픔은 쓸수록 작아진다+ 한수희, 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
-이유미, 문장수집생활+유병욱, 생각의 기쁨
-김신회, 심심과 열심. 이유미,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그 외에도 글담출판사에서 받은 작은 기쁨 채집 생활 5권과 아메리카노 쿠폰을 드렸다.
시즌 2는 헤이버니에서 대신 아래 책을 두 권씩 총 10권을 사두고, 두 개까지 고른 주제 중 헤이버니에서 선정해 대신 보내드렸다.
“이십대를 지나는 동생에게” #건강한_소비습관
-김짠부,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
#실행력갑_대부호님 #돈을 긍정적으로 보고싶을때
-김얀, 오늘부터 돈독하게
“인터뷰에서 만나는 나만의 레퍼런스” #다정하고_멋진언니들
-황선우, 멋있으면 다 언니
#꾸역꾸역의힘 #일터의 여성들에게
-이다혜, 출근길의 주문
“코로나 시대를 보낸 카피라이터의 기록” #문장줍기_표현_창조주
-유병욱, 없던 오늘
“행복한 순간을 줍는 연습” #오늘부터_시작하는_기록연습장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여담으로 각 꾸러미의 책 제목을 밝혀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 제 책상에 세 권, 리디북스 단말기에 세 권이 들어있답니다. 예측하신건지 궁금합니다.
사실 세번째 꾸러미가 단가가 제일 높았는데 당첨자 중 이걸 고르신 분이 한 분밖에 없었다.(태그를 잘못 선정했을까? 내 입장에선 다행이었다). 한 분 더 추가할 수 있었다. 열 분에게 아래 책들을 골라 드렸다.
-삶이 담긴 에세이가 보고싶다면 #띵시리즈 #지극히_사소한_밑줄로부터
고수리, 고등어: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 / 이유미, 편애하는 문장들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갖는 사람들의 이야기 #후드티를_입고_어디든 #업무에_담긴_애정
조경숙, 아무튼 후드티 / 이연실, 에세이 쓰는 법
-여성의 일 레퍼런스가 궁금하다면 #일과나사이에서 #마흔의_업무이야기 #여성선배의_이야기
제현주, 일하는 마음 / 황선우,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