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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얀 Feb 28. 2022

책 선물주는 재미

이번 생일을 보내는 의식

오늘, 2월 28일이 서른 세 번째 생일이다. 보통은 3일절 연휴가 끼어 있어서 많이 쉰다. 그래서인지 호텔 예약이 이미 1월달부터 차 있어서 애저녁에 포기했다. 휴가라도 내볼까 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내에 지난주 오픈한 서비스의 환경 점검일이라 사무실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생일을 쉬는 걸 좋아하지만 사치품도 여행 계획도 조금 시들해진 나로서는, 이번 생일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었다.


사실 재작년 코로나 시국이 되면서 항상 2월 말마다 코로나가 대유행해서 잘 챙겨보았던 기억이 없었다. 심지어 지금은 오미크론 대유행이기 때문에 양가 부모님도 찾아뵙지 못할듯하다.


기념일마다 내게 무엇이 있으면 좋을까 생각해본다. 기념일마다 글을 쓰는 걸 좋아하지라 종종 기념일마다 했던 생각들을 돌이켜볼 수 있었다. 한때는 손편지와 꽃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난 결혼기념일때는 오마카세라는 것을 처음 가봤다.


올해에는 딸기 타르트를 먹으려고 한다. 미리 사두었던 포트와인을 한 잔씩 마시 두고, 지난번에 켰었던 양초를 마저 이어 킬 것 같다. 그리고 연말에 그러했듯, 양초를 바라보며 남편과 영상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두런두런 남겨놓으려 한다.


생일에 지키고 싶은 작은 의식


사실, 이렇다보니 이번 생일이 별로 재밌진 않아보인다. 갖고싶은 것도 없고, 먹고싶은 것도 생각이 안 나다니. 노잼이다. 조금 더 뜻깊게 보낼 만한 일은 없을까.


누군가는 생일을 맞이해 기부를 하기도 한다. 자기의 생일에 만원을 곱하기도 해서 주변에 기부를 하기도 하고, 선물을 하고 싶다면 내 이름으로 특정한 단체를 기부해달라고 하기도 한다(예시). 혹은 자신을 챙겨준 부모님에게 미역국을 대접하기도 한다(예시)


그런데, 좀더 구체적인 선물을 하고 싶었다. 선물을 고를때보다 누군가에게 주는 선물을 고르는 즐거움을 가진다면 좀더 즐겁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선물을 고르는 기쁨과, 선물을 뜯어보기전 두근거리는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영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운영중인 뉴스레터 독자들을 대상으로 소소한 선물을 해보고싶었다. 바로 블라인드북 이벤트다. 내가 운영하는 뉴스레터는 문장 큐레이션 뉴스레터니까, 내가 골라주는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책들도 좋아해주지 않을까.


사실 벌써 세 번째 이벤트가 되겠지만, 여전히 블라인드북 이벤트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문장을 추천받거나, 평소 문장줍기를 아끼는 마음을 표현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뉴스레터 독자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영업하는 즐거움도 있으니 말이다. 취향을 온전히 담은 글로서 내 독자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그분들에게 선물을 기대하는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 더군다나, 내 책꽂이는 홀쭉하지만 다른 분들의 책꽂이는 채워질테니,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잔뜩 주문하는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책을 선물하는 일이 매년 생일을 맞이하는 이벤트가 되려나?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올해 생일을 기억할 때 "딸기타르트를 먹었고, 사람들에게 책을 주었다"라고 즐겁게 기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전에 썼던 글들이 궁금하다면

기념일에 꽃과 손편지 이야기를 썼던 이야기

https://brunch.co.kr/@whaleyeon/38

기념일에 오마카세 갔던 이야기

https://brunch.co.kr/@whaleyeon/94

블라인드북 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

https://brunch.co.kr/@whaleyeon/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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