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연차가 왠지 아까워서 잘 안 쓰는 편인데, 가급적 이 날 만큼은 연차를 내고 싶은 날이 4일정도 있다.
결혼기념일이나 사귀기 시작했던 첫 날, 서로의 생일들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날을 어떻게 챙기고 있을까?
“결혼기념이 일주년때, 뭐하셨어요?”
“생일 선물, 뭐 받으셨어요?”
“크리스마스, 뭐하세요?”
해외여행을 갔어요, 멋진 호텔에 갔지요.
일주년 기념으로 우리의 모습을 담아놨답니다.
뮤지컬을 봤어요.
남들의 행복한 모습 관찰하기가 가끔 필요하면,
#결혼기념일 #기념일그램 이런 태그를 보곤 한다.
그렇다면, 나의 기념일은 어떨까?
야근으로 퇴근이 늦어져서 연차는 커녕 생일 당일을 넘겨 퇴근한 날이었다.
그런 나를 웃게 했던 것은 꽃 한다발과, 남편이 쓴 아주 긴 편지였다.
그날 있었던 일상에 대한 고백, 장을 보았던 이야기.
아주아주 긴 손편지를 받고 싶다.
우울한 날 꺼내 볼 수 있도록.
기념일이라고 근사한 식당에 나가진 않는다.
좋은 식당에서는 엄청나게 매너있게 행동해야 할 것 같아서.
대신 조금 일찍 퇴근해서 요리를 했으면 좋겠다.
짝궁이 잘 굽는 스테이크나, 과일 몇 줌 사서 상에 올리고.
그냥 마트에서 파는 소스로 휙 스파게티를 만들고.
이날만큼은 아껴두었던 맥주 한 잔도 따면서.
평소 물욕이 없던 짝궁이, 왠일로 생일선물은 좋은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평소 혼자만 필요한 물건은 용돈으로 사는데,
생일선물인 만큼 내 용돈을 반쯤 보태주기로 했다.
나가며
부부간에 생일선물을 주고받는 일을 없앴다.
선물은 남편이 좋아하는 일본풍 함박스테이크,
그리고 쇼트케이크 위에 딸기를 가득 얹어서 축하 케이크로 쓴다
부부가 미니멀리스트인 오후미라는 작가가 버리니 참 좋다라는 책에서 쓴 말이다.
다르게 말하면 그냥 집짐승 두마리가 서로 밥을 먹는것만으로도 좋지 않을지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