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얀 Jun 19. 2022

어떤 업세이를 써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자

업세이, 일명 일(업)에 대한 에세이. 나도 이런 이야기를 늘 써보고싶었다.

https://ppss.kr/archives/224726

일에 대한 글을 쓰는 건 좋아하지만, 매번 원고지를 눈앞에 두면 턱 하고 막힌다. 


조회수가 잘 나오는 건 “일 잘하는 PM의 성공전략”같은 것이겠고, 거기에 화려한 이력을 더하면 금상첨화일것이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도저히 쓸 자신이 없었다. 여전히 나는 진행형인 사람.


그리고 백 가지 서비스가 있으면 백 가지 기획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할때 참고할 레퍼런스는 있지만 각 회사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글을 자신있게 쓸 수 없었다.


게다가 나는 기획일을 잘 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슈퍼기획자의 길은 요원해보였고, 늘 한 계단을 오르면 다른 계단이 나왔다. 이슈를 풀러 갔다가 조져지는 건 항상 나였다.


원래 짤에는 꼭 "운동"만 있는 건 아닐거다. 너무 공감해서 웃픈짤...


근데 어제 문득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 하고싶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기하게도 “직장생활”이나 “직업”에 대한 강의는 아니었다. 오히려 프리랜서들의 이야기였고, 강의 잘 구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목표는 서비스의 엄청난 성공을 바라는 건 아니고, 그저 내가 병목이 되지 않길 바라고, 함께 일하는 협업자들이 덜 힘들었으면 좋겠고, 의미있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어.

기획자로서 누군가에게 강연을 하고싶은 건 아니야. 아직 그러기엔 나도 한참 모자라.

나는 고군분투하는 기획자의 평범하고 사소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우리 방식이 다 맞는건 아니고 어딘가 유니콘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의 동료들과 열심히 하고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이 이야기가 돈이 될 것 같지도 않다고 고민이 많았지. 그런데 꾸준히 적어내려가 보고 싶어. 그러다보면 나에게도, 동료 기획자들에게도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나만 힘든 건 아니다, 오늘도 내일도 힘들겠지만 같이 잘 해보자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이번 상반기에 되뇌었던 대사 두 개가 있다.

A hundred bad days would make a hundred good stories,
A hundred good stories would make me interested in party
100개의 나쁜 날들이 100개의 재밌는 경험담이 될 거고
나를 파티에서 인싸로 만들어 줄 거야.
“눈물 닦으면 다 에피소드.”

전자는 AJR이라는 팝 밴드의 노래 중 100 bad days 노래 가사이고, 후자는 영혼의 노숙자라는 팟캐스트의 슬로건이다.


오늘의 힘들었던 일은 언젠가 나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겠지.

그래서 올해 힘든 일이 있을때마다 이거 에피소드 되자고 이렇게 힘든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손을 내밀어야지, 를 쓰면서 주니어들이 불안한 이유는 사수가 없는 상황이고, 이야기를 들으려면 돈을 많이 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단 이야기를 썼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퍼스널 브랜딩 자체 부정적인 건 아니다.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의 업세이를 정말 좋아하는데, 엄청난 성공담보다는 눈물콧물 실패담과 극복기도 듣고싶다. 실리콘밸리의 슈퍼기획자가 아닌 우리 주변의 생생한 일화가 궁금하다.


내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느껴질 수 있을까, 오랫동안 작성하지 못했던 원고 기획안을 쓰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풀어낸 지금에서야 원고 기획안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내 목표는 서비스의 엄청난 성공을 바라는 건 아니고,

그저 내가 병목이 되지 않길 바라고,

함께 일하는 협업자들이 덜 힘들었으면 좋겠고,

의미있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어.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것 자체도 힘든것 같다.

저 세 가지 문장 모두 너무나 어려워보이니.

늘 좋은 사람이려고 노력해서만은 그게 불가능할 수 있다는것도 깨닫는것 같다.


1)토요일에 들었던 강연은 김짠부님의 찐짠파티(구독자 모임)

후기는 이곳에

https://blog.naver.com/syun0228/222779454249

2)AJR의 100 bad days 노래 가사 해석은 여기서 

https://www.youtube.com/watch?v=WuMjAQV-V0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