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자가 곧 최종판매자가 되야 하는 건 전자상거래 시대의 숙명
국내의 오픈마켓 관련 강의는 대부분 소규모 유통에서 시작하는데 중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스토어팜, 옥션, 지마켓, 11번가, 쿠팡 등의 마켓플레이스에서 한 자리를 빌려 판매하는 형태로 말이다. 나 역시 아마존을 처음 접한 것은 국내 화장품을 병행 수출하는 형태였다. 국내 오픈마켓이나 오프라인에서 적당한 가격의 제품을 사서 아마존의 창고에 입고시켜 판매하는 방법이었다. 그 당시엔 한국 화장품에 인기가 많아서, 같이 판매하는 셀러가 많아도 매출은 계속 늘었다. 단숨에 한달 2~3만불의 매출을 일으키니 신기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였다.
이건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몸이 힘들었다. 상품을 파는 마진도 점점 줄어들었고, 규모를 키우지 못한다면 분명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규모를 키워도 문제였다. 아마존 내에서 판매자는 구매자의 정보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장사라는게 결국 단골을 많이 만들면서 점점 커나가는게 아니겠는가?
마침, 아마존 내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로 제품을 런칭하는 Private Label의 개념을 설명해주는 강의가 있었다. 강의를 듣고 첫 제품이 런칭되기 전까지의 3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아마존 매출은 바닥이었고, 내 통장잔고도 바닥을 찍었다. 사무실 옆에 있는 밥버거 하나 사먹는데도 많은 고민을 했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 물을 수 있다. 내 경험으로 일반화할 순 없지만, 아마존을 통해 소규모 유통을 하고 있는 사업자가 본인의 사업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고통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요즘도 계속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제조사를 찾고, 물류를 생각하고, 마케팅을 고민한다. 그러다보면 제품에 대해 더 고민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마비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제품의 완성도는 아쉬운 경우가 많다 . 결과도 마찬가지고.
제조할 수 있는 사업자가 되면 좋은 점이 많다. 일단은 자신이 일상 중에 느끼는 모든 불편함들이 제품 아이디어로 떠오른다. 그리고 모든 제품들을 제조업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모든 일상이 항상 배울 점 투성이 된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생긴다. '이런 디테일까지 챙기다니... 대단하다, 이건 다음에 시도해봐야겠다. 이 부분을 놓쳤구나.' 같이 본인의 제품에 대한 보완점을 끊임없이 연구하게 된다. 물론, 모든 시선과 생각이 사업과 제품으로 연계되는점은 단점이라 할 수도...좀 일상이 적막해지는 느낌은 없지않아 있다.
시장 조사 -> 상품 기획 -> 제조사 선정 -> 품질 검수-> 물류 -> 마케팅 -> 배송 및 C/S ->재주문, 재고관리 의 싸이클을 몇 번 경험하다보면 점점 속도가 붙는다. 이 속도와 경험은 사업자 개인 또는 조직에 이식해야 하는 대단히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 대단한 경쟁력, 즉 다른 소형 유통업자과 비교하여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경쟁력을 연마하지 않는 것은 사업의 생존 여부를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과정 중에서 시장 조사와 상품 기획, 마케팅 부분은 꾸준히 연마하여야 한다. 그런데 유통사업자라면 이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한 집중과 성과창출이 어렵다고 본다. 유통은 결국 똑같은 제품을 누가 얼마나 싸게 파느냐가 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맥심 티오피 커피에 사탕을 얹어주고 감사편지를 써도 고객은 한 캔에 10원 더 싼곳을 찾을 뿐이다.
제조업자가 곧 최종판매자가 되야 하는 건 전자상거래 시대의 숙명이라 본다. 적어도 B2C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자라면 말이다. 그래서 제조의 속도와 경험 뿐만 아니라 마케팅 자산의 축적도 제조 경험의 배 이상으로 중요하다. 더 늦기 전에,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돌아다니는 동선을 잘 분석하고 그 길목 길목에 온라인 자산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