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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hyun Kim Dec 14. 2016

복싱 예찬

생활 체육의 최강자, 복싱을 찬양하라.

사업을 시작하고 5개월의 기간이 흐를 동안 기초 체력을 다질만한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야식을 먹거나 과식을 하는 타입은 아니라 살이 찌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체력이 약해졌음은 부인할 수 없었다.

'체력없는 정신력은 구호에 불과해.' 라는 미생의 대사는 마음 한 구석에 강렬히 자리매김 하고 있었다. 문뜩 주황색 불이 느껴지는 몸의 소리를 나몰라라 했다간, 모든 일의 기본인 체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사업의 초기 단계에선 특히나 욕심과 걱정 때문에 오버페이스를 많이 하게 되는데 꾸준한 성장을 위해선 '건강한 기초체력' 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걸 5개월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꾸준함이 답이다.' 라고 사무실에 써 붙인 사훈(?)에 되래 미안해질 정도였다.


내 사무실 컴퓨터 앞에 써있는 나를 위한 '주문'.


오랜 기간 정을 붙이지 못하는 건 상성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나에겐 웨이트 트레이닝이 그랬다. 무엇보다 무게를 높여 힘든 표정을 지어내며 근육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흥미를 붙일 수 없었다. 몸이 좋아지는 결과도 별로 없다보니 그저 시간과 운동을 갔다는 위로 정도만 받을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운동도 있었다. 테니스, 서핑, 카이트 서핑, 주짓수, 유도, 그리고 무려 10년 이상을 못한 축구(ㅠ). 그리고 요가. 하지만 열거한 운동 모두 무릎 부상의 위험이 큰 운동들이다. 또한, 테니스나 서핑은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제약이 많아 생활 체육으로 즐기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하고 싶어했던 요가는 대부분 여성 전용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운동복을 입은 여성들이 불편하게 느낄 염려가 많다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외부로 나가기 싫어지는 겨울이 되면, 거리가 있는 운동 장소로 이동하는 경험이 너무 불편했다. (그런 면에서 매일 아침 7시 자전거를 타고 종합운동장 수영장으로 아쿠아로빅을 하러 가시는 어머니의 꾸준함을 존경한다. 살이 빠지고 운동이 잘되고 안되고의 문제가 아니다. 겨울 아침 7시에 운동을 나간다는 것, 그것도 춥게 느껴지는 물 속 운동을 한다는 건 위대한 일이다.) 

결국 나의 생활 체육, 즉 걷기와 호흡하기, 계단 오르내리기를 제외한 기초 체력을 위한 운동은 수많은 고민 끝에 복싱으로 선택하였다. 집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도장이 위치한 것, 또한 기초 체력 증진에는 이만한 운동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고3 시절 한 달 정도 복싱을 배웠었다. 그만 둔 이유는 겨울이 너무 추워서 체육관에 나가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젠 집 1분 거리에 복싱체육관이 있으니 그 때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겠다 다짐했다.

생활 체육으로써의 복싱은 운동의 루틴이 잘게 쪼개져 있어서 매우 효율적이다. 루틴을 구성하는 3분 단위의 프로그램과 30초의 휴식 시간은 운동에 취미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당근이 된다. 10km를 뛰라는 것도 아니고 3분 동안 열심히 운동하고 꿀맛 같은 30초의 휴식을 즐기라는 것이다. 본인의 페이스에 맞춰 조절해 가며 3분을 구성하면 무리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물론 아마추어 복서로 시합을 나가기 위한 분이라면 좀 더 빡세게 루틴을 구성하겠지만, 이건 본인의 선택이다.

일반적인 프로그램 구성은 : 
줄넘기 3세트 (500 × 3 =1500회)
쉐도우 복싱 2세트 
학습 세트 2세트
미트질 2세트
샌드백 2세트
쉐도우 복싱 2세트
줄넘기 2세트
근력운동 및 복근 운동

으로 이루어져 있다. 15×3 = 45분 + 30초×15 = 7분 30초니 운동을 다 끝내는데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추가적인 근력 운동이나 복근 운동을 더하면 1시간 20분 정도에 매우 효과적인 운동을 할 수 있다. 땀이 비오듯이 뚝뚝 떨어지니 그 효과야 몸이 말해주고 있다 할 수 있다.

주 4회 체육관에 가는 걸 목표로 4주차에 진입했다. 3주차에 4회 달성한 게 한 번이다. 토요일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5번의 기회 중 4번을 가야한다. 쉽지 않은 약속이지만 이럴 때마다 가슴 한 켠에 강렬히 자리 잡은 그 구호를 다시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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