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마리브레 May 08. 2023

엄마와 문자 메시지

엄마는 여전히 문자도, 카톡도 잘 못한다.

1. 토끼와 문자메시지

모처럼 오전근무만 하는 날!

직장 동료들을 꼬셔 영화를 보러갔다.

밥을 먹고, 휴게실에서 차 한잔 하며,

토끼에 관한 농담을 하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때 "띵동띵동~♬" 문자가 왔다.

스팸 문자려니 하고 열어 보니...

이런 문자가 와 있었다.

갑자기 닭똥같은 눈물이 뚝! 떨어졌다.

같이 있던 사람들이 웃는다.

여배우 같단다.

웃다가 그렇게 갑자기 눈물이 나냐고.

"울 엄마 문자 보낼 줄 모르는데..."

아까부터 전화를 안 받아서 걱정했는데, 혹시 이모집에 가서 이모가 대신 보냈나?

엄마에게 전화를 해봤다. 계속 안 받는다.


2. 우리 내기할까?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

광고가 나온다. 모 통신회사의 광고.

아줌마 셋이서 각자의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다.

되돌아온 답장들...

같이 간 사람들이 그런다. 

혹시 엄마도 내기하고 있는 걸지 모른다고.

얼른 답장 보내라고.

정말 그럴지도 몰라서,

내 진심이 담긴, 그러나 평상시엔 전~혀 보내본 적 없는 문자를 처음으로 보냈다.

엄마가 받아봤을까?



3. 엄마도 문자 할 줄 알아...

작년 봄이었다.

병원에 한달간 입원해 있던 엄마는 친구분들로부터 문자를 여러 통 받았는데

답장을 못하는 게 못내 자존심이 상하셨던가 보다.

문자 보내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었다.

내 핸폰은 애니*, 엄마폰은 싸이*.

몇 번 해보다가 "에이~못 하겠다. 넘 어려워. 엄마 불러봐, 내가 답장해 줄게."

그랬는데...남동생한테 배웠단다.


퇴근 후..."엄마, 진짜 문자 엄마가 보냈어?" 

"응, 엄마도 문자 할 줄 알아! ㅇㅇ이(남동생)가 가르쳐 줬어."

"엄마, 내가 이제 문자 자주 보내줄게."


4. 이런 걸 왜 사오니?


어제는 어버이날. 그런데, 시댁 제사가 겹쳐 너무 바빴다.

일찍 마치고 은행 들러 돈 찾고, 아이 데리고 짐 챙기고~

꽃집에 들러 카네이션 바구니 2개를 샀다.

하나는 시어머니, 하나는 울 엄마.


"엄마~!! 엄마 좋아하는 꽃이야."

"이런 걸 뭐하러 사노?"

내가 엄마한테 배웠나?

늘 고맙단 표현이 이렇다.


"엄마, 근데 어제 도대체 어디서 뭐했는데?"

"응, 울 엄마 생각나서 강변에서 혼자 좀 걸었어...

근데, 자꾸만 눈물이 나더라..."


- 15년 전 어버이날의 일기.



위의 글을 쓴 지 어언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문자메시지는 카톡으로, 폴더형 휴대폰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지만,

울 엄마는 여전히 문자도, 카톡도 잘 못한다. 

그래서 어제도 문자랑 카톡을 음성으로 쉽게 보내는 법을 알려 드렸건만...

오늘도 오타 투성이의 문자를 보내왔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울 엄마니까...

'큰딸, 너 차 가지고 갔냐? 언제 오는 거니?'

→ 비 오는데 여행간 딸 걱정하는 문자.


'숙아, 할배(아빠)가 너 고모 오라고 네가 전화하래.'

→ 어버이날 (식사 때) 고모도 오라고 연락하라는 문자.


'숙아, 선지 밖에 녹게 두었다 데워 먹어라.' 

→ 엄마가 챙겨준 선지국 먹는 법 알려주는 문자.


'큰딸, 게장 왔다. 잘 먹을게. 느그 거 갖다줄게. 고맙다.' 

→ 게장 택배 보내준 거 잘 받았다는 문자.

작가의 이전글 한강의 추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