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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Nov 21. 2024

중도(中道)란 어려워.

국제학교 엄마가 이스탄불에서 세 번째 맞이하는 스승의 날은 어떨까?

 남편의 일에 의해 이스탄불에 살면서 세 번째 스승의 날을 맞이했다. 내 분에 맞지 않는 국제학교를 다녀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내가 PTA로서 여러 나라 사람을 만나서 의견을 조율해서 그런 걸까.


올해도 이곳에서 스승의 날을 맞이하면서 두 가지 얼굴을 직면한다.




 나는 이번 스승의 날, 총 300TL(한화 12,000원 상당)을 선생님 선물을 위해 각 학부모에게 받았다. 학부모는 총 11명, 그리곤 받은 메시지.


 "이 돈으로 무슨 선물을 사겠니?"

 "그걸로 되겠니?"

 "그게 작은 돈이면, 개인적으로 하라고 해."

 "개인의 자유가 있다는데, 왜 작다고 투덜거려. 각자 사라고 해!"


 의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 및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입장이고, 아랍권인 중동과 아시아 등의 국가 학부모는 대체로 너무 작다는 의견이다. 내일이 행사인데, 목요일인 오늘까지도 메시지가 온다. 그렇다면 한국인인 나는 어떨까? '김영란법'이 생겨난 후, 교사로서 커피 하나도 받기 어려워진 지금. 시국에서 살아왔던 나로선 대세를 따른다. 푸하하.


 "다른 반이 300TL정도라니 우리도 그 정도! 그래! 알뜰하게 써보자!"




이스탄불에서 세 번째 스승의 날, 각자에게 300TL을 받으며 내가 쓸 선물도 아닌데, 외국인 학부모로부터 어떤 것을 사는지 일단 대충 물건의 사진이라도 보내고, 자신이 그 물건의 질을 생각해 보고 돈을 주겠다는 메시지를 받으니 속으로 천불이 올라온다.


 " 내가 네 비서인 줄 아냐?!"


 결국, 속이 꼬인 내가 네가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말을 하고, 정리하니 그때서야 함께 하겠다고 답장이 왔다. 남의 돈 모아 들고 이리저리 쪼개 알뜰하게 선물을 사고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고 생각한다.


 "역시 남의 돈은 무섭다."


 주어진 돈으로 알뜰하게 선물을 사고, 100원 하나 남지 않게 하고선, 선물과 편지 등을 사진으로 찍어 엄마들에게 알린다.


 나란 사람은 유럽, 미국사람처럼 시원하게 화내며 '아님 말고 나가' 안되고, 그렇다고 중동의 부호처럼 막 돈을 쓰지 못하면서, 결국 세 번째 스승의 날을 맞이했다. 분에 맞지 않는 국제학교를 다녀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내가 PTA로 여러 나라 사람을 만나서 그런 걸까. 올해도 결국, 이곳에서  두 가지 얼굴을 직면했다.


그리고 결론, 

이 작은 사회인 국제학교에서도

역시 중도란 어렵다.

정치와 같은 것인가.

이러하니 세계 평화는 더 어렵구나.


 이스탄불의 스승의 날, 비가 오는 11월이다. 세 번째에도 여전히 어려운 나는 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스탄불도! 그냥! 스승의 날에 학교 가지 말자. 아하하.



이번주 연재는 한 주 쉬어가겠습니다. 이스탄불의 흐린 날씨 탓인가요. 몸이 뻐근합니다. 이번주 연재를 잠깐 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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