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데이, 국제학교의 단체생활은 어떨까?
모든 것이 말라버릴 듯한 사막의 모래판, 말에 올라타 세차게 총을 돌린다. 총을 마구 돌린다. 너의 모든 구멍 없애버리겠다. 문제집 탄알에 실어 너에게 날린다.
수학문제집 이얏!, 국어 맞춤법책 이얏, 영어 문제집까지 이스탄불 우리 집을 아주 천천히 유영한다. 마치 매트리스의 주인공처럼 허리를 꺾어 요리조리 피하는 아들을 향해 다시 던져본다.
'이얏! 이~얏!'
'반찬 투정하지 말고 밥 먹어라. 이~얏!'
9월의 초입의 국제학교 엄마의 여름방학 끝자락
여름방학의 끝. 결국 내가 맞은 건인가. 윽,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아니다. 다행히 살아있다. 아 마구 아프다. 근육통이다. 그래 나는 황야의 병자다. 여하튼 건강을 챙겨보자. 지난 한국행에서 사 온, 어느새 유통기한 지난 영양제를 냉장고에서 꺼내 급하게 입에 털어본다.
이제 갓 일 년차 국제학교 엄마가 방학이 끝났으니 발에 달린 박차를 훌훌 벗어던져야 하건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하우스데이, 이게 뭔 소리지?"
초등과정 국제학교에 진학하고 외국 엄마들과 교류를 하다 보면, 한국 교육과 다른 점을 분명히 발견한다.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방과 후 교외활동과 학교에서 아이의 단체활동에 대한 학부모의 적극성 여부이다.
우리나라가 초등 고학년이 되면, 예체능 학원을 가던 친구들도 하나씩 국영수학원으로 학업 집중도를 돌리는 것과 달리, 국제학교를 보내는 학부모는 아이의 운동과 학생회 활동을 굉장히 강조한다. 마치 자신이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선생님과 친하다.
열혈엄마처럼 PTA에 참여하는 것이 우리나라 엄마들보다 외국엄마들이 많은 것은 그들은 이미 IB교육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즉, 대학 입시에서 우리나라는 국영수 점수가 절대적이지만, 외국 대학의 입시 경우 아이가 일정 점수의 기준을 넘기면 오히려 대학을 결정하는 요소가 자신의 진로를 위한 교외활동의 일관성과 학생회 활동 등의 구체성 등이다.
물론 한국도 '고교학점제'라며 이런 외국학교 IB과정의 입시체제를 도입했지만, 안타깝게도 현 입시체제와 교육과정은 학생이 국영수도 아주(!) 잘하면서, 교외활동(동아리활동, 봉사활동)과 학생회 활동도 잘해야 좋은 대학에 진학이 가능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아하하.
그런데 국제학교의 PTA를 3년 동안 하며 학교 운영을 살펴보니, 학교가 부모나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기부가 가능한 행사를 만들어 참여를 유도하는데 이때,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적용하는 방법이 바로 '하우스데이'다.
이제 실제 적용을 살펴보자. 아들이 다닌 국제학교는 '하우스포인트'라는 제도를 실시하는데 예를 들어 '환경보호주간'이라 학교에서 주관하여 유엔의 환경보호단체에 일정금액을 기부한다고 하자. 해당 하우스 팀원이 어떤 특정 활동을 하고 기부금도 내면, 해당 팀원이 속한 하우스에 승리 포인트를 준다. 즉, 팀원이 학교 공동의 목표를 위해 어떤 일을 하면 그 개인에게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팀에 점수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 교수학습방법 중, '협동학습'과 유사합니다. 아하하.)
국제학교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해리포터'가 다니는 호그와트 기숙사처럼, 각자의 하우스가 주어진다. 해리포터 영화처럼 아이들에게 마법 모자를 씌워 아이들의 성향과 성격을 파악해서 정해준다면 좋겠지만, 영화에서 마법 모자도 오류를 일으키는데 뭘 더 바라는가. 아하하.
https://youtu.be/l_vgfhEiwjY?si=m13mY6uwe8K_sB9Z
그래도 아이는 한국 초등학교와는 다르게, 하우스 시스템을 통해 수평적(동학년), 수직적(무학년) 관계를 맺게 된다. 우리도 체육대회 때, 청군 백군으로 나누어 단체생활을 하지만, 같은 반의 친구가 한 편이 될 뿐 다른 학년과는 만나서 초등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해 협동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나 국제학교는 학생의 하우스가 정해지곤 3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교사의 지도 아래서 학생회 활동을 하며, 더 나은 학교를 위한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의 교장선생님께도 거침없이 그 계획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실천한다. 즉, 같은 학년의 수평적 의사소통 뿐만 아니라 학교의 위 아래의 수직적 의사소통도 함께 이루어진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결국 PTA가 나서야 한다. 아하하. 아흑.
한국학교에서 교사가 짜놓은 틀이나 교육계획에 의거해서 학생들이 교내행사에 그저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학교의 행사에 직접 계획, 실행하며 그 비용 마련 및 정산까지 모두 해내야 하는 것이다.
한국 학교에선 같은 학교라도, 같은 학년도의 3학년과 6학년은 만나서 동일한 과제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거나 협동할 일이 없지만, 국제학교에 자신의 아이를 보내보면 아이가 동학년이 아닌 다른 학년의 형 또는 누나와 함께 대부분의 학교, 모든 교육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협동, 협력과 협의', '공동의 목적 추구'등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그 산출물이 학생들이 온전히 주도로 하는 것이기에, 한국 학교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판이하게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아하하.
신학기에 아이가 '하우스 데이'라며 무슨 색 옷을 입고 가야 한다고 말하면, 당황하지 말고 담임선생님께 여쭈어보자. 아마 친절하게 색을 말해줄 것이다.
참고로 이 글을 적고 있는 나의 아들이 1학년이던 시절, 이 필자는 도대체 '하우스 데이'가 뭔지, 옷색은 또 무엇인지, 그냥 체육복 입는 날인지, 아들이 갑자기 왜 돈은 가져가야 한다고 말하며 무엇을 위한 날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미궁에 빠지기 일쑤였다.
국제학교 선생님은 한국학교만 다닌 내가 국제학교의 하우스 데이 시스템을 알 거라고 생각했는지, 아들의 선생님은 그저 이렇게 말했다.
"네 아들은 시더(ceder, 삼나무, 향나무)야."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속마음: 뭔 소리?)"
그렇게 9월, 나는 이제 갓 해리포터가 된 아들 녀석을 이스탄불 국제학교 호그와트로 보냈다. 아니 '해리포터'는 고아였는데, 어찌 그 학교를 다닌 건지 정말 자기 관리의 끝판왕이었구나 하며 새삼 진짜 대단한 녀석이었음을 깨닫는다.
참고,
각 하우스엔 하우스 리더가 있습니다.
보통 리더는 6학년이나 5학년이 맡게 되며 팀의 리더로서 같은 팀의 학생에게 업무를 부여합니다. 고학년의 경우엔, 저학년 반에 가서 책을 읽어주거나 교육 봉사활동을 계획하여 저학년(1,2학년) 동생들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합니다.
물론, 어른의 눈에선 체계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우리나라 학생회가 구성되고 이것이 6학년의 전유물이 되는 것이 아닌 하우스 데이라는 행사 아래 타 학년의 학생들과 함께, 더 나은 학교 공동체 구성을 위해서 한 팀이 되어 무언가를 함께 진행한다는 점이 큰 차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