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는 것도 능력이다.

by 읽고쓰는편

나의 장점 중 하나는 눈치를 잘 살핀다는 것이다.

주변의 기류를 읽고,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투에서 감정을 포착하는 데 익숙하다.

가끔 남편이 물을 마시며 웅얼거리면 정확히 듣지 않아도 필요한 걸 챙겨주고,

함께 일할 때 "어..."까지만 들어도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알아서 가져다주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능력을 오히려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눈치는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이모네와 위층 아래층을 살면서 동생 네 명과 함께 자랐기에 자연스럽게 눈치를 연마할 수밖에 없었다.
동생들과 신나게 뛰어놀다가도 엄마의 한숨이 들리면 재빨리 조용히 시켰고,
동생들끼리 싸움이 날 것 같으면 곧바로 다른 방으로 떼어 놓았다.
어떤 문제가 일어나면 가장 연장자란 이유로 나도 함께 혼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죠리퐁 같은 과자를 한 개라도 더 먹기 위한 생존 눈치까지,
어린 시절의 나는 꽤 민감하고 날카로운 안테나를 달고 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내가 싫기도 했다.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외동 친구들이 부러웠고,
형제가 있어도 눈치라고는 없는 친구들을 보면
‘저 집은 사랑만 받고 자랐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눈치를 보는 것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물론 눈치를 너무 많이 살피느라 자기 의견조차 내지 못하는 건 나도 상대방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상대가 필요로 하기 전에 미리 움직일 수 있는 눈치는
분명 사회생활에서 큰 무기가 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너랑 일하면 편하다"라고 말해줄 때마다,

그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눈치 본다'는 말은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눈치 보지 않아서 모두가 불편해지는 사회 속에서
적절한 눈치야말로 공감과 배려의 기본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눈치 보는 나,
그 감각이 이제는 내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나만의 기술이 되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