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의 감정을 너무 잘 알아채는 편이다.
눈빛 하나, 말투, 미세한 표정의 결에도 반응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나까지 함께 느끼고
상대가 불편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내 태도를 조율한다.
그렇게 나는, 어느새 모든 걸 이해하고 감싸려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화를 내면 ‘저 사람도 힘들겠지.’ 하며 내 상처는 뒤로 미뤘고
억울한 말을 들어도 ‘그럴 수도 있지.’ 하며 감정을 눌렀다.
모두를 이해하려 애쓰는 사이, 사실은 나를 하나씩 낭비하고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난 그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감정을 표현하는 법보다 눌러두는 법을 더 열심히 익혔다.
결국 나는 남의 감정에는 예민하지만, 내 마음에는 둔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맥이 빠지듯 허탈해졌다.
돈과 시간은 그렇게나 아득바득 아끼면서
내 감정은 아무렇지 않게
너무 쉽게, 너무 많이
타인을 위해 써버린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제야 알게 됐다.
'그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내가, 나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결심했다.
내 감정을 아껴주기로.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말하고, 쓰고, 나에게 들려주기로.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쉽게 소비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