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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글 Dec 05. 2019

우리는 그저 견디는 겁니다

한강, <소년이 온다> 리뷰

인상적인 부분을 메모했는데,
공통적으로 견디는 것에 관한 부분이었다.

온 힘을 다해 하는 일이, 겨우 견디는 일이라니 너무 미약하고 작아 보이는 일이 거꾸로 숭고해 보였던 시간들이었다.

​서울에 있었던 형에게 형이 그때 상황을 뭘 안다고 그러냐고 하는 부분에서 심장이 쿵 했다. 겪지 않고 헤아릴 수 있을까, 절망뿐인 폐허 속에서도 끝끝내 사라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 존재들이 있었다.

이렇게나마 기억하는 게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기억해야만 한다고, 꼭 기억하자고 되새기는 말 같다.

​믿지 못할, 믿기 힘들 만큼 잔인한 인간들이 만든 비참한 삶 속에서도 믿을 건 또 다른 인간들일뿐이었다. 

​시민이 시민을 지키고
아이가 아이를 지키고 
작은 존재가 또 작은 존재를 지키는 모습

언젠가 봤던 그날의 사진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위험에 처한 이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위험해진 이들을. 슬픔의 얼굴을 한 이름 모를 누군가의 엄마의 얼굴도.

​시대는 변했어도 여전히 버티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한 시대의 이야기이자 우리 사회의 자화상인 이야기 속에서 분노하되 좌절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지워진  속에 아직 무엇이 남아 있기라도  것처럼.
p83

우린 아침까지만 어떻게든 버텨볼 겁니다.
p89

당신이 죽은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p99

 시간여의  절망적인 침묵이, 그곳에서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킬  있었던 마지막 품위였습니다.
p105

처음부터 상황실장은 우리 목표가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날이 밝을 때까지만, 수십만의 시민이 분수대 앞으로 모일 때까지만.
p113

우리는 버틸  있는 데까지 버티다 죽을 거지만, 여기 있는 어린 학생들은 그래선 안된다. 항복해야 . 만약 모두 죽을  같다고 생각되면, 총을 버리고 즉시 항복해. 살아남을 길을 찾아.
p116

우린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p117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아니라, 오히려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전구가 하나씩 나가듯 세계가 어두워집니다.  역시 안전한 사람이 아니란  알고 있습니다.
p134

형이  안다고...... 서울에 있었음스로......형이  안다고...... 그때 상황을  안다고오.
p183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   쪽으로.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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