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한글 Mar 22. 2020

때로는 기다리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지

BBC 다큐, OBS에서 방송한 <북극곰 이야기>

야생의 세계는... 순간순간이 고비구나. 뭐 하나 그냥 얻어지는 게 없네. 당연한 건 없는 거구나. 어떻게 해서 일단 태어나긴 해도 그 삶을 살아가는 건 수많은 고비들의 연속, 이겨내면 사는 거고 못 이겨내면 죽는 거라니 무섭고 쓸쓸하고 우리의 삶도 별반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아서 공감되고...(살아가는 게 목적인 것과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은 조금 다른 것 같기도?)
자식이 걱정돼서 끊임없이 뒤돌아보는 엄마의 마음은 또 같네. 야생에서는 더 강하게 키운다고들 하지만 아직 어린 자식들을 챙기며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가는 엄마 북극곰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찬 바다에 몸을 담그고 물에 젖은 털을 말리는 방법이 얼음에 젖은 털을 비비는 일이라니 저들의 삶에서는 저게 당연한 거겠지만, 왠지 더 따뜻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고지를 앞에 두고 눈보라(?)가 일어나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만히 엎드려 있는 엄마 북극곰의 모습, 그 곁에서 새끼 북극곰들도 같이 엎드려 거센 눈보라가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그 모습.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고독한 결연의 의지를 보는 듯했다. 때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도 기다리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일 때도 있으니까.
조금 편해지려 하면 다시 또 어려움에 맞서야 하는 조마조마한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는 북극곰 가족에게서 희망을 본다.
우연히 틀었는데, 힘을 얻고 가네.

매거진의 이전글 비둘기 사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