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길을 걷고 있는데 비둘기가 많이 모여 있었다.
나는 갑자기 푸드덕 날아가는 벌레나 새들을 싫어해서 멀리서부터 모여 있는 비둘기를 인지하고 조금 비켜가려고 했다.
뭐 때문에 저렇게 많이 모여 있지? 하고 봤더니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쪼아대고 있었다.
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수거하는 통에 넣지 않고 저렇게 가로수에 던져놨지? 싶었다.
배가 터진 음식물 쓰레기봉투 두 봉지들을 보고 순식간에 비둘기들이 몰려들었다. 이미 있던 비둘기들을 포함해 소식을 듣고 날아오는 비둘기들도 있었다.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배고픔에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모여있는 그 너머로 차가 없는 차도에 무언가 있는 게 보였다.
희고 검은색이 얼룩덜룩, 정확히 쳐다보진 못했지만
곁눈질로 그게 비둘기 사체라는 것을 알았다. 눈이 나빠도 알 수 있었다.
차도엔 비둘기 사체가, 그 옆 인도 가로수 옆엔 배고픈 비둘기들이 우글우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쪼아대는 광경.. 대상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나는 무언가에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매일 지나가는 길이고, 어제만 해도 차도는 깨끗했으니 아마도 저 비둘기는 오늘 변을 당했을 거다. 어쩌면 내가 목격하기 몇 시간, 한 시간, 십 분 전일 수도.
배가 고파서였을까?
저기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있는 곳으로 가려다?
음식물을 먹고 돌아가는 길이었나?
순식간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차가 오면 피해야지 날개는 뒀다 뭐하니
목숨보다 밥이 중요하니
아니면 어디 다리가 불편했니
날개를 다쳐서 잘 못 날았니..
전에 차도에 있는 고양이를 본 적이 있다. 도로 중앙에서 뭐 하는 거지? 생각했다.
날쌘 고양이니까 차가 오면 알아서 피하겠지 싶었다. 멀리서 차가 보였고 난 그 고양이를 보는데, 차가 가까이 올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소리도 쳐보고 발을 굴려보다가 결국 차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차도로 달려갔다.
내가 달려가면서 손발로 위협하는데도 얘가 움직일 생각을 안 해서 도대체 뭐지 싶었는데 닭인지 뭔지 먹을 걸 먹고 있었다. 차도 한복판에서.
불빛도 굉음도 손발로 하는 위협에도 꿈쩍이지 않고
차도 한복판에서 망부석처럼 먹을 걸 뜯고 있던 그 고양이가 떠올랐다.
도로에 짓이겨진 비둘기 흔적을 보니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했다. 그 옆에 모여서 여전히 다른 비둘기들은 음식물 봉투를 쪼아대고 있었다.
조금은 먹었을까?
못 먹고 죽은 거면 너무 슬프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