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한글 Oct 04. 2021

비둘기 사체

삶과 죽음

길을 걷고 있는데 비둘기가 많이 모여 있었다.


나는 갑자기 푸드덕 날아가는 벌레나 새들을 싫어해서 멀리서부터 모여 있는 비둘기를 인지하고 조금 비켜가려고 했다.


뭐 때문에 저렇게 많이 모여 있지? 하고 봤더니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쪼아대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수거하는 통에 넣지 않고 저렇게 가로수에 던져놨지? 싶었다.


배가 터진 음식물 쓰레기봉투  봉지들을 보고 식간에 비둘기들이 몰려들었다. 이미 있던 비둘기들을 포함해 소식을 듣고 날아오는 비둘기들도 있었다.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배고픔에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모여있는  너머로 차가 없는 차도에 무언가 있는  보였다.

희고 검은색이 얼룩덜룩, 정확히 쳐다보진 못했지만

곁눈질로 그게 비둘기 사체라는 것을 알았다. 눈이 나빠도   있었다.


차도엔 비둘기 사체가,   인도 가로수 옆엔 배고픈 비둘기들이 우글우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쪼아대는 광경.. 대상은 정확히   없지만, 나는 무언가에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매일 지나가는 길이고, 어제만 해도 차도는 깨끗했으니 아마도  비둘기는 오늘 변을 당했을 거다. 어쩌면 내가 목격하기  시간, 한 시간, 십 분 전일 수도.


배가 고파서였을까?

저기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있는 곳으로 가려다?

음식물을 먹고 돌아가는 길이었나?


순식간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차가 오면 피해야지 날개는 뒀다 뭐하니

목숨보다 밥이 중요하니

아니면 어디 다리가 불편했니

날개를 다쳐서   날았니..


​​전에 차도에 있는 고양이를  적이 있다. 도로 중앙에서  하는 거지? 생각했다.


날쌘 고양이니까 차가 오면 알아서 피하겠지 싶었다. 멀리서 차가 보였고 난 그 고양이를 보는데, 차가 가까이 올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소리도 쳐보고 발을 굴려보다가 결국 차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차도로 달려갔다.


내가 달려가면서 손발로 위협하는데도 얘가 움직일 생각을 안 해서 도대체 뭐지 싶었는데 닭인지 뭔지 먹을 걸 먹고 있었다. 차도 한복판에서.


불빛도 굉음도 손발로 하는 위협에도 꿈쩍이지 않고 

차도 한복판에서 망부석처럼 먹을  뜯고 있던  고양이가 떠올랐다.


도로에 짓이겨진 비둘기 흔적을 보니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했다.  옆에 모여서 여전히 다른 비둘기들은 음식물 봉투를 쪼아대고 있었다.


​​조금은 먹었을까?


못 먹고 죽은 거면 너무 슬프잖아..


매거진의 이전글 사는 게 ㅈ 같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