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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May 20. 2024

집짓기 28주 차

유리창 설치, 진정한 실내의 탄생

134일 차 2024년 5월 13일 월, 12도/25도

서울시 중대재해 감시단 점검

1. 메지시공
2. 난간대 수정
외부 벽돌타일 메지 시공
심플하게 조정한 난간대

메지까지 외부 벽돌타일 작업이 끝났다. 밝은 외장재와 메지를 선택하다 보니 오염된 뷰분을 포함한 청소작업 후 발수처리가 남았다고 한다.

안전과 내구성을 위해 개수를 늘렸던 난간대 숫자와 배치를 심플하게 재조정하니 큐블럭 난간이 드러나고 좌우 대칭으로 깔끔하고 안정적인 인상이 더해졌다. 큐블럭 난간은 볼수록 매력이 있다. 단정하면서도 적당한 개방감 덕분에 난간으로 좋은 재료라는 생각이 들고 풍경과 빛이 섞이면서, 안에선 기분 좋은 생동감이 밖에선 외장재에 변화를 만들면서 시각적인 재미가 있다.

내부 콩자갈 마감과 어떤 조화를 만들어 낼지 기대가 되는 공간이다.


금주는 창호 유리 설치가 예정되어 있다. 유리창이 생기고 나면 온전한 실내가 되는 것이라 남다른 한 주가 될 것이다.


135일 차 2024년 5월 14일 화, 13도/25도

1. 금속 창호 프레임 설치작업
2. 외부금속 페인트 도장, 큐블럭도장
3. 내부 스타코 플렉스 미장면 수정
4. 콩자갈 시공면 화스너 앙카 추가시공
5. 가스 외벽 배관설치 작업

명일 : 외부 선홈통, 선홈통 도장, 외부창호  실리콘 시공

외벽 가스배관 설치
창호 하부 후레싱 설치
외부금속 방청 도장 및 본 도장
내부 콩자갈 시공 준비를 위한 하스너 고정

외벽 벽돌타일이 다 붙고 나니 벽에 붙어있거나 벽 위를 지나야 하는 작업들이 이어진다. 도시가스 배관이 설치되고, 비가 올 때 물 끊기를 해서 마감재를 보호하기 위한 후레싱이 창호 주변에 설치되었다. 내일 비가 예정되어 있어 잘 동작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녹방지를 위한 금속 방청 도장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이제 지정컬러로 도장을 앞두고 있다.


여러 작업이 부지런히 진행되면서 오늘 현장은 꽤 분주했을 거 같다. 미리 챙기긴 했지만, 건축주 지급자재도 있고 하다 보니 마감 단계에서 챙겨야 할 것들이 늘어나면서 현장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들여다보고 의논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 같다. 반면, 마감은 골조처럼 규모가 큰 작업이 아니고 작은 작업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결과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디테일해서 요즘은 돋보기를 들고 다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일은 석가탄신일이라 작업은 쉬지만, 자재 선정이나 구입할 자재 등 직접 챙겨야 할 것들을 챙겨보려고 한다. 계속해서 '품질'과 '디테일'을 가지고 조율하는 시간이기에 현장과 함께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집중력을 놓치지 말아야 할 때인데,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가 튀어나올까 봐 요즘은 계속 노심초사하게 된다.


2024년 5월 15일 수, 7도/19도, 공휴일, 비

2층에서 바라본 풍경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조소장님과 약속을 잡았다. 내부 마감을 앞두고 콘센트와 스위치, 매립 조명을 최종 선정하기 위해서이다. 휴일에 사대문 안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기분이 좋은 데다, 오늘은 마침 내비가 서울교육청을 지나 돈의문으로 빠져나오는 송월길을 안내해서 경희궁 옆 짙은 녹음을 보며 쉬엄쉬엄 휴일 기분을 만끽하면서 을지로로 향했다.


조소장님과 둘이 자재를 구매하기로 한 삼원전기에서 필요한 제품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확정하고 새로 고르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자재를 고르며 직부조명의 만듦새가 좋아서 좀 놀랐다. 중국생산 제품이지만 국내 브랜드(황제조명)인데 밝기와 크기 등 선택의 폭이 다양하고 제품의 퀄리티도 높아 욕실과 주방, 거실 등 곳곳에 설치될 직부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스위치는 프랑스 제품 르그랑(legrand) 아테오로 일찌감치 골라두었고, 매장에서는 가능한 조합과 특별한 용도로 활용되는 제품들을 직접 확인하면서 결정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웬만한 조합은 모두 가능하고 Master나 Fan 스위치 등 자주 사용되는 특별한 기능이 있는 스위치는 프린팅 된 부품이 양산되므로 역시 바로 조합이 가능하다. 마치 레고블럭처럼 발주 제품에 따라 조립을 해서 납품하는 구조이다. BACHMANN(독일), legrand(프랑스), JUNG(독일) 등 고급 스위치와 콘센트를 보면서 선진국에서 이런 작은 물건을 만들고 있고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의 디자인과 제품의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이고, 여전히 고민을 지속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서다. 얼마 전 현장회의에서 외부에서 쓸 콘센트를 어떻게 처리할지 한참 논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왔던 얘기가 모두 반영된 제품이 이미 르그랑에서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고민할 필요없이 구매결정).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매장 한쪽에 설치된 JUNG 제품이 눈에 띄어 그중 Dimmer 스위치를 돌려보았다. 초기 아이팟 휠처럼 기분좋은 진동과 소리가 난다. 융 스위치가 설치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자주 들으면서 대체 어떻게 되어있는지 궁금했는데, 오늘 그 비밀을 알았다.설치가 어렵다기 보다는 스위치 부품의 수평이 잘 맞았을 때 설치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친 김에 JUNG LS990 설치 영상을 찾아보아도 실제 설치 과정이 그리 복잡해 보이진 않고, 바르게 수평을 맞추는 ‘그 어려운 일’이 기본으로 요구되고 있다. 


집을 짓다 보면 빔이나 철근 같은 공업재에 가까운 자재가 있고, 바닥, 타일 같은 마감재, 그리고 조명, 콘센트, 우체통 등 제품들을 선정하고 구매하게 된다. 창호나 바닥, 홈오토메이션처럼 우리나라에서 잘 만들고 있는 제품들도 물론 있지만, 조명이나 콘센트, 우체통 등 지금까지 구ㅎ매를 위해 알아본 제품에선 좀 아쉬움이 있다. 특히 우체통 같은 제품은 특별한 제품이나 브랜드 자체가 없는 듯하다. 대부분 우체통이 설치된 건물에 입주하게 되니 사실 개인이 우체통을 사는 일은 흔치 않다 보니 시공사나 제조사 모두 적정단가에 맞춰 기능을 충족하는 물건이면 충분해서 일거라 생각한다. 점점 내가 사는 공간을 하나하나 다듬고 가꾸다 보면 이런 산업들도 조금씩 변화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우리나라에서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좋은 제품들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역시 시장이 너무 작을 거 같아 확신은 없다.

만듦새 좋은 직부등과  외부용 방우콘센트 (을지로 삼원전기)
벽지 고르기 완료 (개나리 벽지)

지난 주말 숙제의 결과를 조소장님에게 전달하고 을지트윈타워에 있는 스타벅스를 마치 우리 집처럼 창가 자연광 아래에서 벽지를 펼쳐보기도 하고, 조명 아래에 둬보기도 하면서 최종 결정을 했다. 숙제 검사는 아니지만, 나 스스로 후보로 골랐던 벽지들을 조소장님에게 설명하면서 어떤 느낌으로 골랐는지를 설명했다.


벽지를 고르면서 어떤 자재이던, 우리가 고르고 있는 제품의 색상이 하나의 톤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 조소장님이 잡은 건물 외관의 금속 도장과 샴페인 브론즈가 그러하고, 내장에 쓰이는 오크목재와 아이보리 색상의 외벽과 주방가구, 그리고 이제 벽지까지 고명도, 저채도 컬러에 쿨그레이가 가미되어 차분하면서도 중성적인 느낌이 있다. 특히 벽지는 두 권의 샘플북에서 고른 후보를 모아서 보니 모두 동일한 색상군이어서(다행인 한편, 하고 싶은 느낌이 있던 거였나? 싶은 의아함) 다음은 질감이었다. 눈에 띄지는 않되 분위기를 만드는 벽지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스타일이라 생각하고 골랐지만, 막상 벽면에 붙고 나면 어떤 느낌일지 예상이 잘 되지는 않아 과감한 선택을 하기는 어렵고 결국 무난한 톤으로 가고, 몇몇 공간은 아늑한 느낌이 들도록 약간 명도를 낮춘 색상을 골라서 소심하나마 살짝 도전을 시도해 볼 참이다.


이케아 쉬타(SKYTTA) 슬라이딩 도어 샘플과 250mm 폭 PAX 오헤임 거울 도어

오후엔 비가 꽤 내렸다. 욕실 상담과 슬라이딩 도어 패널 확인을 위해 이케아에 갔는데 날씨 탓인지 최근 간 중 가장 인파가 북적거린다. 사실상 욕실 상담은 하고 있지 않았고 문의에 대응하는 직원들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등 주방 대비 활발하지 않은 듯했다. 별 소득 없이 현장에 설치된 제품 만 한번 더 꼼꼼히 확인하고 직접 하는 방법을 찾는 쪽으로 생각을 돌렸다. 새로운 고민의 시작인 거다.


쉬타 도어는 나름 쓰임새가 다양하다. 붙박이장은 물론 공간 분리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여 셀프플래너로 작업을 해보고 실제 설치 샘플을 확인해 보았다. 웹 상으로는 한지 느낌의 반투명 화이트 패널이 좋아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오히려 새로 나온 베이지 톤의 혹순드(HOKKSUND)가 세련되어 보였고, 화이트나 목재 무늬목도 쓸만했고 가격도 저렴하다. 거울 패널과 화이트 조합, 혹은 거울과 혹순드 조합 두 가지에서 고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더 이상 고민 끝. 공간이 좁다 보니 미닫이를 선호하게 되고 거울을 패널을 쓸 경우 햇빛에 반사가 될 수 있어서 팍스에서 나오는 250mm 폭의 좁은 거울 제품을 포함해서 셀프플래닝 해본 후 최종 결론을 내야겠다.


비가 올 때마다 내부 누수는 없는지 걱정인데, 다행히 점점 잡혀가는 모양새다.
체력을 온전히 쓴 하루. 방전 직전... OFF.


136일 차 2024년 5월 16일 목, 7도/20도

1. 외부 금속 페인트 도장, 큐블럭 도장
2. 외부 창호 주변 실리콘 마감시공
3. 외부 선홈통 설치
4. 옥상 테라스 내부 청소정리 / 쓰레기 배출

명일 : 외부 후드캡 설치

창호 외부 실리콘 시공
외부 금속 난간대 도장
선홈통 작업 / 청소 및 쓰레기 배출 후 말끔해진 옥상

외부 금속들에 본 도장을 하고 나니 철제에 따뜻한 온기가 더해진 듯 보기가 좋다. 지난밤늦은 시간에 욕실 관련 안을 정리해서 조소장님에게 메일로 보냈는데 아침에 연락이 와서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었다. 예정대로 이케아 제품으로 하고 설치 서비스까지 신청해서 방법을 찾는 것으로 정했다. 이미 조소장님이 직접 알아보보고 주었던 답과 동일한데, 주문 전 혹시나 매장에서 확실한 설명을 듣고자 방문한 것인데 오히려 혼란이 생기면서 시간낭비한 격이지만 그나마 방향이 좁혀졌으니 다행인 것으로 퉁쳐야겠다.


외부창호 실리콘 마감이 진행되었다. 실리콘도 작업자의 숙련도와 집중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꼼꼼히 봐야 하는 부분인데 누가 붙어서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어서 일 잘하는 이건창호 시공사에 기대는 수밖에 없겠다. 비가 오고 나니 물끊기 라인을 타지 못하고 외부 벽돌타일 위로 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전면에서 보인다. 비도 이미 그친 상태이고 대수롭잖게 생각했는데, 지속해서 그럴 경우 오염될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고 한다.

현장소장님이 잘 챙겨서 문제를 해결해 본다고 한다. 천상 비가 또 와야겠군.


137일 차 2024년 5월 17일 금, 11도/25도

1. 외부 선홈통 설치
2. 외부금속 도장

명일 : 유리 시공. 후드캡 설치

선홈통 설치
난간대 및 외부 계단 도장

어제 현장으로  금속 선홈통이 도작하고 오늘은 설치가 예정되어 있는데, 무거운 금속 배관을 벽에 걸려고 하니 자재를 끌어올리기도 어렵고 작업자들도 익숙한 방법이 아니라 부담이 있는 모양인데 다행히 하나씩 설치가 되고 있다. 지름 150mm 정도의 시원한 관이 벽체와 맞게 도장까지 되고 나면 기능적으로나 심미적으로나 좋은 결과가 만들어질 것 같다.


138일 차 2024년 5월 18일 토, 16도/27도

1. 창호유리 설치
2. 외부금속 도장

차주계획 : 월. 아시바 벽이음 해체, 단열재 취부 메쉬 마감

화. 벽돌 타일 마감 / 오염 제거

수. 발수제 도포

목. 가림막 철거 반출

금. 시스템 비계 철거, 선홈통 설치

토. 청소 및 주변 정리

창호 유리 설치

드디어, 창호 유리가 모두 끼워졌다. 아침에 일정이 있어서 직접 보진 못했지만, 3중 유리를 들어 올려 창호에 끼워 넣는 일이라 어려운 작업이었을 듯하다. 오후에 돌아오니 어느새 창은 다 끼워져 있고 창이 제대로 완성되니 단열과 소음차단이 잘되어 내부가 선선하고 주말 체육공원에서 뛰노는 사람들이 소리가 멀리서 나는 듯 조용해졌다. 큰 창문들이 있다 보니 외부 시선에 대한 걱정도 있었는데 약간의 반사가 생겨 야간에만 잘 차단하면 그 부분도 해소가 되었다.


작업이 어렵다는 코너창과 천창도 꼼꼼히 잘 시공되었다. 다만, 한쪽 벽면은 폴딩도어이고 천창이 있는 옥탑에 열이 쌓여 아래로 내려오는 게 좀 우려가 된다. 작더라도 창이 하나 있어야 했나?... 지금 사는 집 옥탑으로 계단실을 유리새시로 한 탓에 여름엔 뜨거운 열기, 겨울엔 차가운 한기로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터라 금방 그 경험이 떠올랐다. 공기가 어떻게 흐르며 통풍이 될지 고민을 꽤 했었는데 옥탑은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옥상에 차양을 설치하거나 천창 아래 패브릭을 두는 등 태양열과 빛은 피하는 방법이 필요할 수 있겠다.


반면, 천창으로부터 직사광선이 내려올 것을 우려했던 욕실은 사람이 서는 위치에 빛이 직접 떨어지지 않아 한여름 열기가 찰 수는 있겠으나 창문도 있고 그리 걱정하진 않아도 될 듯하다. 공원의 나무 높이도 그렇고 건물의 최고층인 4층은 햇빛 때문에 아래층과 달리 더울 수 있겠다.


옥상정원을 갖겠다는 계획 때문에 방수부터 단열까지 현장소장님과 조소장님의 고민이 깊다. 두 분이 열심히 의논해서 안을 찾아서 옥상에는 작지 않은 옥상정원을 마련할 수 있겠다. 다만, 단열재 위에 얹어져야 해서 토심이 매우 낮다. 100mm 수준이라 뿌리가 얕은 식물이 적당하고 햇살에 토양이 쉽게 말라버릴 수 있어 식생에 좋은 환경인지 확신이 서질 않아 면적을 많이 확보하는 게 맞을지 고민이 되었다. 알아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 가꾸어야 할 공간이 넓으면 그게 혹시 일이 되어버릴까 해서이다.


우연히도 저녁에 조경가 정영선 선생님의 "땅에 쓰는 시"를 예매해 두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우연인지 조소장님이 정영선 선생님의 전시가 좋다며 소개해 주어 얘기가 나왔는데, 우연인지 운명인지 함께 보기로 한 사람이 일정이 생겨서 조소장님과 함께 가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옥상정원을 어떻게 가꿀 수 있을지 생각했다. 시골 할머니댁에 뒷산에서 자주 보았던 번번이 뽑아 오는데 실패했던 할미꽃이나 길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던 여뀌는 오래전 기억을 단숨에 소환해 냈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한강 공원에 관리가 잘되지 않은 강변에 마구잡이로 자라난 쑥부쟁이이나 쉽게 보여서 잡초라 생각했던 개미취나 오이풀꽃, 큰산꼬리풀까지 조소장님이 추천했던 참억새, 미아리 아재비 등 초화류와 함께 심어서 사철 내내 아름다울 식물들이 꽤 많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왜 소장님이 전시를 추천했는지 알 거 같았다.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고 색이 다르고 모습이 다르니 날씨의 흐름에 따라 번갈아 피고 질 작은 꽃들이 펼쳐진 풍경을 떠올리니 기분도 함께 좋아진다. 뙤얕볓이 식생이 그리 좋진 않은 환경일 거라 플랜트박스를 활용해서 관목과 함께 들꽃이나 꽃잔디 같은 작은 식물을 심어두면 나만의 작은 생태공원이 생겨날 지도.


오래오래 가꾸고 자라날 수 있는 옥상정원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아주신 두 소장님에게 감사하게 된다. 어떤 모습이 될지 그다음은 나의 몫이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원이 만들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당장 완결된 이미지를 만들려 하기보다 반드시 기다려 볼 것.

오랜만에 보는 쾌청한 하늘과 구름


2024년 5월 19일 일, 16도/28도

1층 커튼월 (Curtain wall)

커튼월(Curtain wall) : 자체 하중 외에 건물의 하중을 받지 않는 벽으로 커튼처럼 건축자재로 외벽을 만드는 형태로 알루미늄 프레임과 유리가 주재료로 활용


창호가 설치후 조용한 실내로 변신 + 더위 체감

지하부터 옥탑까지 천천히 거닐며 한주 동안 변화한 모습을 관찰해 본다. 유리가 들어오니 확실히 공간이 만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리창이 들어오니 조용한 실내가 되고 내부 공간이 조금 작아진 기분이 든다. 이제 짐이 들어와야 하니 어떻게 배치될지 하나씩 머릿속으로 물건들을 얹다보다 보니 더욱 그러하다. 해야 할 일이 여전히 있고, 이사 준비도 슬슬해야 하고 봐야 할 디테일도 많고... 생각이 조금씩 확장이 되면서 살짝 피로감이 느껴진다. 벌써 시공을 시작한 지 7개월이 다되고 건물을 산 지는 2년이 넘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게다가, 집이 완성되면 당분간 할 일이 훨씬 많아질 거란 것도 알고 있어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몸이 먼저 반응을 하는 거 일수도 있겠다.


동네 산책 중 발견한 청량한 기운이 도는 대나무 조경 (플랜트박스 식재)

동네를 걷다 보면 멋진 나무들을 가진 집들이 종종 보인다. 최근에 지은 집들은 대부분 화분이고 오래된 집들의 마당에는 집보다 큰 키의 나무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몇 년 사이 우리 동네엔 오래된 건물을 부수고 새롭게 짓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 나무들이 사라진 걸 보면 많이 아쉽다. 사진 속 주택 근처에 있던 오래된 빌라 두 동이 있던 자리에 가림막이 설치된 걸 보면서, 작은 빌리 두 동 사이에 잘 자라난 아름드리나무를 보며 그들의 정원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렇게 큰 나무들은 어디로 갔을까? 설마 베어진 건 아니겠지? 공원의 나무가 부족해서 비싼 돈을 들여 사다가 식재를 하고, 그러다 살아남지 못하고 다시 베어지는 경우들을 벌써 몇 번이나 봤는데 동네의 오래된 나무들을 가져다가 가까운 공원에 싶어 주면 어떨까? 그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주민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걸었다.


저렇게 빛이 드는 자리에 대나무가 잘 자란 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으며 낮은 담장 너머를 까치발을 들어 살펴보았다. 담장 옆이라 뿌리 부분은 그늘져 있고 지면에서 그리 높지 않은 목재 플랜트박스에 심겨 있다. 건물 뒤편 동쪽이나 4층 욕실창 아래에 나도 대나무를 심어볼까?


유리창과 함께 등장한 문제, '조류충돌'


어제 현장소장님이 얘기한 나무가 비친 유리창에 조류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에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공원에 높은 나무들이 있다 보니 새들이 꽤 날아다니는 걸로 보이기도 하고, 벌써 몇년 전 제주도 중산간에 카페에서 본 버드스트라이크 장면이 되살아나면서 걱정스런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조류충돌을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서만 매일 2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 충돌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나무의 높이가 16m 넘는 곳, 4층 정도의 저층부 유리건물에서 빈번하다니, 우리 동네 새들의 목숨을 위협할 순 없고 대책을 강구해야겠다. 간단하게는 5 ×10의 도트형 버드세이버 스티커를 유리창 외부에 붙이는 게 효과가 있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한 걱정거리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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