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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ger Kim 김흥범 Sep 19. 2019

블록체인 이야기 - Defi

간만에 불낙체인 이야기. 최근 크립토에서 가장 핫한 분야는 뭐니 뭐니 해도 Defi (Decentralized Finance, 탈중앙화 금융)인데, 그중에서도 Maker의 CDP(+Dai), Compound를 위시로 한 대출 분야가 가장 앞서간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세상을 정말 드라마틱하게, 순식간에 바꿔버릴 거라는 환상은 어느 정도 불식되었고. 그럼 대체 이걸 뭐에 써야 되나 하는 당혹감이 업계를 덮쳤는데, 때마침 Defi가 크립토 환자들을 달래주고 있는 그림.

스마트 컨트랙트가 생각보다 잘 안 되는 이유는 (많지만)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로는 그냥 기존 솔루션에 비해 스마트 컨트랙트를 얹은 솔루션이 별로라는 것. 아주 무식한 예로 우버에 스마트 컨트랙트를 끼얹는다고 기존의 우버보다 대단히 나아지지 않는다. 높은 확률로 오히려 후져지기는 한다. � 스마트 컨트랙트를 쓴다는 건 제삼자를 믿기보다 그냥 코드로 때려서 그 걸로만 소통하자는 건데. 그게 말처럼 쉽나.

두 번째, '믿을 만한' 써드 파티가 필요한 경우가 다반사. 스마트 컨트랙트는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 그냥 코드로 얘기합니다. 깔끔하게.' 이런 건데. 0) 데이터를 넣어야 코드가 돌아간다. 1-a) 데이터는 어디서 받아와. 1-b) 그 데이터가 거짓이면 어떻게 해? 2) 그럼 그 데이터를 다른 '믿을만한' 써드파티에서 받아오면 되나? 3) '믿을만한' 사람 믿을 거면 탈중앙화 앱을 왜 쓰는 거야.'... �

예컨대, '스마트 컨트랙트로 비행기 연착 보험을 만들래요.' -> '연착 정보는 결국 다른 데서, 써드 파티에서 가져와야 하는 거죠?' ~_~ '탈중앙화 우버에서 승객이 토하면 어떻게 해요? 민망한 예지만 이런 것도 결국 외부에서 데이터를 받아와야 한다.


(똑똑한 말로 '오라클' 문제라고 부른다. ~_~ 문제 해결을 위해 Chainlink 같은 팀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오늘 주제는 아니니까 일단 스킵. 혹여 궁금하면 여기로 https://blog.chain.link/chainlink-an-overview-and-our-focus/)


Defi, 그중에서도 대출은 저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좀 자유롭다. Compound(Compound.finance) 같은 경우에는 Supply, Demand로 이자율이 정해지는데 이 로직이 스마트 컨트랙트에 포함되어 있어서 그냥 빌려주는 사람이 늘어나면 이자가 내려가고, 빌리고 싶은 사람이 늘어나면 이자가 올라간다. 물론 사용자들이 '앗 이건 오라클 문제에서 자유로운걸. 하하 이걸 써볼까' 할리는 만무하고, 맡기면 돈(이자)을 준다는 실제적 이득이 있으니 쓴다. 고객들은 결국 나한테 좋으면 쓴다. 탈중앙화 되어서 도덕적으로 우월하니 쓰는 사람은 없다. 있으면 병원 가야지.


크립토 UX가 구리다 어쩌다 하는 얘기가 많은데.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모든 건 상대적이기 때문에, 기존 대출에 비하면 컴파운드의 UX는 오히려 우위가 있다. 그냥 클릭 몇 번만 하면 빌려주는 걸. 법적으로 백수인 내가 은행에서 대출받으려면 얼마나 많은 인고와 수모 그리고 문서 작업을 감내해야 할까 ㅠㅠ


뭐라도 하나 좋아야 쓴다. 좋으니 쓴다. 오늘(9.17)을 기준으로 Compound에 맡겨진 금액(Supply)은 한화로 1,870억 정도. 사람들이 빌려간 금액(Demand)은 한화로 480억 정도. 꽤나 큰 금액. 이율은 Dai 기준 7%, USDC 기준 5%로 꽤나 센 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율 15%였는데... 다들 그만 써.. 나만 쓰게 ㅠㅠ


무튼 Compound가 고객에게 실제적 가치(쉽고 편하게 놀고 있는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을 수 있다)를 주는 데 성공함으로써 치고 나가고. 이에 숟가락 얹는 제품들도 꽤나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아래 링크는 컴파운드를 활용한 Pool Together라는 재밌는 복권. A Lottery You can't Lose라고 하는데. 정해진 기간 동안 사람들이 함께 Compound에 돈을 맡기고, 그 돈에서 나온 이자를 추첨을 통해 가져 간다. 당첨확률은 자신이 낸 돈 / 전체 맡겨진 금액. 당첨되지 않았다면, 원금을 돌려받는다. 잃을 수 없는 복권이라니. 누가 들어도 사기지만 사기가 아니다. 코드로 정해놨으니, 내가 너 돈 들고 튈 수 없어라는 스마트 컨트랙트의 특성을 잘 활용한 재밌는 제품.

ICO를 시작으로 너무 큰 리턴과 기대감으로 시작했고, 결국 큰 실망으로 신음하고 있는 업계인데. 한 꺼풀 뒤집어보면 재밌는 것도 많다. 블록체인 3000만큼 사랑해! 이더도 3000불 됐으면 좋겠어!


최근 인상 깊게 본 트윗으로 마무리 ~_~

Cryptocurrency: highly overrated by insiders, highly underrated by outsi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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