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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삽질 Oct 02. 2019

고통의 역치

난 어릴 때 맷집이 약했다. 등치는 산만했지만 아픈 걸 잘 못 참았다. 학창 시절 부당하게 행동하는 선생님에게 끝까지 안 아픈 척 맞고 싶었지만 잘 안됐다. 맷집도 사실 고통의 역치의 정도가 다른 육체적 특징이기는 하다. 하지만 깡도 중요한 몫을 한다.

요즘 결막염류 눈병에 걸려 눈이 많이 아프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겠지 했더니 장난 아니다. 왼쪽 눈이 욱신거리니 머리가 아프고 집중이 안된다. 앞이 희뿌였게 안 보이고 눈물이 계속 흘러 눈이 안 떠진다. 설상가상 오른쪽도 옮았다. 이러다가 앞이 안 보여 밖에 못 나갈 수준이 될까 걱정이다.

처형 내 식구 4명을 휩쓸고 우리 가족 3명을 전염시켰으니 오른쪽으로 옮기기는 쉬운 일이지. 아이에게 옮아 아내도 같이 눈병에 걸려 고생이다. 그런데 나보다 내색을 안 한다. 당신은 육체적 고통에 취약하다고 하며 한 수 위의 내공을 보여준다. 눈보다 허리가 더 아프다면서도 아픈 허리로 아이를 또 안는다.

아플 때면 투병하다 먼저 가신 선배님들이 생각이 난다. 투병 중에 얼마나 큰 고통 속에 의지를 내어 싸운 것일까.  고문받던 열사들, 지조를 지킨 투사들을 기억하는 이유가 다른데 있지 않나 보다. 인간의 고통을 뛰어넘는 초인간적 의지에 대한 경외심이겠지.

암튼 점점 증상이 올라오는 오른쪽 눈으로 이렇게 쓰는 걸 보니 아직 덜 아픈가 보다. 피눈물 흘리는 게 이런 거구나 느끼는 요즘 매일 출근이 나를 시험한다. 안대를 끼고 모임도 하지만 상태는 메롱이다.

의지를 더 내고 항생제를 좀 더 주어먹어야겠다. 눈에 넣는 걸로는 이제 안 되겠다. 난 지금 고통의 역치를 높이는 훈련 중. 훈련 중. 훈련 ㅈㅜ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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