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융단처럼 깔린 완벽하고 깊은 골짜기의 신비 속으로 내려가려던 순간, 우리는 푸르스름한 꽃받침 심장부로 깊숙이 들어가려는 두 마리 곤충처럼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 순간 질베르뜨가, 어떤 사람이 곧 떠난다는 사실을 아쉬워하고 또 그가 좋아하는 듯한 그 고장을 더 친절히 구경시켜 주려 하였을 안주인의 단순한 예절 때문이었는지, 감정 표현에 있어서 침묵과 소박함과 절제를 이용할 줄 아는 사교계 여인의 능란함이, 상대로 하여금 자신이 그녀의 삶에서 다른 아무도 차지할 수 없는 자리를 점하고 있으리라 믿도록하는, 그러한 말을 하였다.
나는 우리가 호흡하던 감미로운 대기와 미풍으로 인해 나를 가득 채우고 있던 다정함을 불쑥 그녀 위로 흩뿌리면서 말하였다.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12 -되찾은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