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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Feb 05. 2022

두려움에 대하여

감정 쓰레기통 on

요즘 내 30인생에서 가장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30이면 어지간한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무뎌질 법도 한데 여전히 겁쟁이인가 보다. 어릴 때 부터 공포영화를 잘 보지는 못했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현상에 대해 굉장히 깊게 동조하는 편이다 보니 작정하고 사람을 무섭고 놀라게 만드는 영상에 대해서 면역이 별로 없다. 사실 사람이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은 생존과 연관되었을 때이다. 무서운 영화를 본다고 생존에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내가 그 안에 들어가있는 것 같다는 몰입감을 가지게되면 생존과 연관이 되어버린다. 당장 옆에서 날 죽일 것같은데 두렵지 않을수가 없다.


그렇다. 두려움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가지게된 감정이다. 위험한것으로부터 두려움을 느껴야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 있어서 내가 요즘 느끼는 이 두려움은 어쩌면 내 생에 가장 큰 두려움이 아닐까 싶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본론을 말하자면 소개팅에서 거하게 까였다. 거창하게 인류의 두려움이 어쩌고 저쩌고 해놓고는 본론이 소개팅 실패라니 웃기긴하지만 정말 진지하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소개팅이 끝나고 한참을 늪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이런부분에 있어서 면역이 없는 것도 있고 사실 잘 익숙해질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실연?의 아픔에 빠져 잠도 못자고 속도 울렁거려가며 생각을 정리하면서 느낀점을 말해보고자한다.


연애부터 시작하여 결혼 그리고 가족까지 이어지는 이 일련의 사회적 활동에 대해서 설렌다는 감정보다 이젠 두려움의 감정이 더 커졌다. 난 내가 좋은사람이란 것에 대한 자신은 있지만 그렇다고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거란 것에 대한 자신은 없다. 흔히들 하는 확률 계산을 해봐도 너무 극악한 확률이다. 그리고 그에 필요한 재화도 엄청나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과연 나는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는 할 수 있을까라는 고뇌에 빠지게되었다. 


나를 돌아봤을 때, 나는 연애하기 별로 좋은 조건은 아니다. 일단 1차적으로 키가 작다. 솔직히 여기서 나의 모든 다른 장점들을 다 가리고 시작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게 아니다. 여자들이 말하는 '키작아도 괜찮다'라는 말은 나한테 해당되지 않는다. 어지간한 여자보다 키가 작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평균키보다도 작다보니 소개팅에서 '키작아도 상관없다'라고 말한 분들도 결국 내 키 때문에 만남을 더 이어나가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좋은점을 보여주고 어필해도 넘어서질 못한다. 


마지막 소개팅에서 그부분을 너무 뼈저리게 느꼈고, 난 인간이 영위해온 생존본능을 억눌러야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져버렸다. 지금의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늘의 별따기고 거기에 나랑 잘맞아야한다는 부분 등... 예전에 평범한 남자가 존재할 확율에 대해서 재미로 계산해놓은 것을 봤는데 0.01프로 미만의 확율이였던걸로 기억한다. 그럼 난 그냥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이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지구에서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드니 너무 두려웠다. 정말 한치 앞도 안보이는 어두움에 잠을 들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며칠간 친구들을 들들 볶았다. 어떻게든 이 두려움을 종식시키기위해 혼자 남을 것만 같은 외로움을 지우기위해 연락을 무차별적으로 날렸다. 이대로 누구와의 대화도 없이 혼자 있다보면 정말 삼켜질것만 같았다. 이쯤 되니 소개팅이 너무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이제껏 키가 작다는 조건 때문에 난 소개팅을 해볼 수가 없었다. 지인에게 아무리 부탁해도 받을 수가 없었다.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었다. 그렇게 3년동안 내가 느낀건 '아, 난 사람을 만날 자격이 없구나. 혼자 살아야하는 삶이구나.' 였다. 그냥 지인도 아니고 10년을 같이 본 친구들 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멈췄다. 더 이상 친구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혼자인 삶을 받아들이고 사는 중에 제일 친한 친구 중 한명이 연락이왔다. 근황을 얘기를 하던 도중 연애이야기로 나를 놀리길래, 정색을 해버렸다. '놀릴려면 최소한 소개는 해주고 놀려라.' 항상 연애얘기 꺼낼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다. 이러면 다들 그냥 조용해진다. 그 누구도 해주겠다라는 말을 한적이 없었다. 사실 이 친구에게는 부탁을안했었다. 너무 친한 만큼 부담주기도 싫었던 마음이 컷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한참을 진지하게 듣던 친구는 기다려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솔직히 기대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다를바 없을거란 생각을 했다. 전부 호언장담을하고 돌아온적이 없었으니깐... 하지만 소개팅을 잡아왔다. 너무 기뻤었다. 정말 생에 처음으로 받는 소개였다. 


처음 받은 분은 연락을 이틀정도하고 만나지도 못하고 끝나버렸다. 두번째로 받은 분이 마지막이였는데 정말 서로 코드도 잘맞고 재밌는 순간의 연속이였다. 그런데 첫 만남... 노력은 했지만 전해들은 한마디는 나락으로 몰기엔 충분했다. '작은건 알고 나갔는데 나보단 작을 줄 몰랐다..' 여기서 끝이였다. 그렇게 비통하게 끝나버린 마지막 소개팅은 아직도 날 괴롭힌다. 키가 작은게 나의 잘못한점이면 난 그냥 인생이 잘못한점이라는 것이 되는 거다. 그리고 혼자살겠다고 3년이나 걸려 가진 나의 결심이 고작 한번의 설렘으로 박살이 났다. 희망고문... 그래 난 그냥 희망고문을 당한 것이다. 결국 가지지 못할 것을 살짝 맛본것만으로 이 길고도 긴 두려움에 빠져 다시 괴로워하고있다. 3년 걸렸으니 다시 3년동안 이 더러운 기분을 느끼며 인내하고 참아야 할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 진짜 감정 쓰레기통이 되버렸기에 혹시라도 다 읽으신 분들에게 죄송하단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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