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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Aug 04. 2022

선잠 속에서 찾은 행복

남은 여름을 잘 보낼 수 있는 이유

어둑한 밤, 계속 선잠을 잤다. 자정을 앞둬 잠들었지만, 일어나 보니 시곗바늘이 고작 두어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잠에 드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다 깨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금세 간밤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한 가지 수확을 거둘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겼다. 몇 시인지 분간이 안 가는 시점에 또다시 잠드는 것이 힘든 나머지, 날이 밝으면 뭘 하면 좋을지를 생각해낸 것이다. 좋아하는 동네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같은 생각의 기저엔, 조금 멀리 발걸음을 내디뎌야겠다는 의지가 깔려있었다.


날 좋은 날, 청명한 하늘과 함께 서울의 전경을 바라보고도 싶었다. 부암동과 평창동으로 향했다. 그곳에 가서, 높은 곳에서 내가 사는 이 도시를 바라보았다. 그런 다음엔 뮤직갤러리에서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눈 감고 음미했다. 더 바랄 게 없는 순간이었다. 맛있고 시원한 콩국수도 먹었다. 하고 싶은 걸 하고 나니 남은 여름을 잘 보낼 수 있겠단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 행복할 것 같아서다.


행복은 연쇄효과가 있다고 믿는 편이다. (나의 경우)작은 행복이 또 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그게 쌓이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큰 행복으로 귀결되곤 했다. 특별한 무엇을 해서 큰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다. 예컨대 조용한 공간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 일에도 적잖은 행복을 느낀다. 이처럼 일상 속 사소한 무엇이라든가, 계획하지 않았던 것에서 파생되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통해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 등을 통해 커다란 행복을 들인다. 이 같은 행복의 근원은 무한대인 셈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표현하자면, 나에겐 이런 게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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