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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Aug 26. 2022

상응하며 살고 있는 우리

여름이란 계절과 많이도 닮아 있는 보리

유기견 보호소에서 유독 눈이 가는 아이가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그 아이를 '애니'라고 불렀다. 두 살에서 세 살로 추정되며, 강아지 친구보다 사람을 유독 따르고 좋아하던 갈색의 강아지. 눈이 참 착하게도 생긴 아이다. 자원봉사자 분과 함께 산책을 할 때면, 뒤처진 친구를 기다리거나 친구의 걸음걸이를 맞춰줄 정도로 배려심이 깊은 아이라고 했다. 애니를 지속해서 만나는 과정에서 애니에 대한 마음이 일어났고, 상응하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이 세상에서,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건 적잖은 책임감과 무게를 동반하는 일이다.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이 선택과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 나의 인생에, 그리고 애니의 삶에 평생 동안 상응하는 일이어서다. 함께 사는 데 있어 수반하는 모든 것들을 너와 상응하기 위해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로 했다.


그렇게 서로 상응하며, 우리는 살고 있다. 애니에게 '보리'라는 새로운 이름도 붙여주었다. 작명에 특별한 배경은 없지만, 굳이 이유를 들자면 우리가 만난 계절이 여름이어서다. 가을에 수확하는 벼와 다르게 보리는 여름에 거둬들인다. 보리는 여름이라는 순수한 계절과도 많이도 닮아있다.  색깔이 갈색인 점도 보리라는 이름을 짓는  이유라면 이유일  있겠단 생각도 한다. 하루 이틀 선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눈치를 보던 아이가, 지금은 손을  몸에 갖다 대면서 의사표현도 제법   아는 강아지가 됐다. 보리는 애교가 넘치는 강아지다. 내가 무얼 하고 있으면, 항상 먼저 다가와 머리를  몸으로 파고들며 툭하고 턱을 기대는  일상이다. 안아달라고, 만져달라고, 상응하자는 일종의 메시지다. 웃는   얼마나 예쁜지. 이렇게 금세 팔불출이  버렸다. 그래도 이런 아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있을까. 이렇게  순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상응하며 살고 있다. 행복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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