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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Aug 20. 2023

응축된 시간

계절이 준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그 계절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시간들이 더 소중해진다. 이 계절을 단지 '여름'이라고 부르는 것을 넘어 길게는 3개월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쪼개어 하루, 그리고 그 속에 포함돼 있는 시와 분, 심지어는 초 단위까지 아껴서 지내야 한다는 계산이 선다. 지금 이 계절이 지나면, 그때의 시분초는 여름의 시분초가 아닌 다음 계절의 시분초가 되는 셈이다. 내가 이 계절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이다. 그렇게 계절의 산물인 '계절 시간'을 부단히 쓰고 보내다 보면, 저절로 응축된 시간으로 점철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오늘은 이 계절의 시간을 무얼 하며 어떻게 보내지'라는 생각부터 시작해 고즈넉한 공간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일, 보리와 서로 눈 마주치며 산책하는 순간, 좋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일, 아끼는 음악가가 만든 선율과 노랫말을 곱씹으며 치유받는 시간, 회사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멈추지 않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좋아하는 책을 몇 번이고 되뇌며 읽는 것까지 빼곡하게 들어차게 만드는 순간까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그런 시간들이 나를 지탱하게 만드는 결정체가 되어 내 안에서 빛이 난다. 응축된 시간의 산물이 곧 행복인 셈이고,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응축된 시간을 만드는 순간인 지금도, 나지막이 희열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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