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늘 해오던 것들은, 굳이 상기시키거나 혹은 계획하거나 의도하지 않아도 일상 속에, 주어진 시간 속에 으레 딸려 있다. 관심을 갖거나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둘 형성되면서 취향으로 확립되었고, 자연스레 내재화되는 셈이다. 그렇게 형성된 취향을 부정하거나 애써 탈피하고 싶진 않다. 이 같은 모습이 곧 나이기 때문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나에게, 그리고 계절에 종속된 취향인 듯하다. 화창한 아침,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미소 짓는 일부터 시작해 좋아하는 옷을 입고서 출근했을 때, 화려하진 않아도 갖춰 입는 것의 중심이 되어주는 단정한 구두를 들이는 일, 계절에 걸맞은 향을 추가하는 일, 아침저녁으로 어여쁜 풍광을 바라보며 달리는 시간, 아끼는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일, 좋아하는 공간에서 작가의 가치관과 그간의 시간이 그대로 담긴 그림을 마주하는 일, 그리고 그렇게 누적된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글로 옮기고 남겨두는 시간까지 어느 하나 내 것이 아닌 게 없다. 앞으로도 굳이 새로운 걸 찾아 취향이라는 범주에 추가하기보단, 여태껏 좋아하는 걸 부단히 좋아할 생각이다. 좋아하는 걸 맘껏 좋아하기에도 모자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