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맞이 아이들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지쳐보는 데 어린 시절 아버지 따라간 이발소가 생각났습니다.
하얀 거품을 뒤집어쓰고 의자에 누운 아저씨들이 천 원짜리 한 장씩 쥐어주며 공부 열심히 하라며 격려와 핀잔이 섞인 목소리들이 시끌벅적하던 곳입니다.
이발사 아저씨는 내 의견 같은 것은 묻지도 않고 무조건 이발기(바리깡)를 들이댑니다.
이렇게 저렇게 될까요? 물으면 머리에 신경 쓰면 공부 못한다며 드르륵드르륵 이발기가 돌아갑니다.
그리고 수건 한 장 목에 둘러주며 빨랫비누로 억세게 머리를 감겨주었던 이발소가 생각납니다.
그래도 굵은 실로 만든 입구를 젖히고 나오면 얼마나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기름(포마드?)을 잔뜩 발라 날 선 머리를 한 아버지 옆에 서 있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든든했습니다.
아이들 머리 자르러 가서 괜히 어린 시절 설날 이발소 풍경이 떠올랐습니다.